이전투구를 일삼아온 통신업계가 "침체위기의 IT(정보기술)산업을 살려야 한다"며 모처럼 한목소리를 냈다. 이용경(李容璟) KT 사장, 표문수(表文洙) SK텔레콤 사장, 남용(南鏞) LG텔레콤 사장, 김우식(金禹埴) KTF 부사장 등 통신 4사의 사장들이 16일 정보통신부 기자실에서 `IT산업 활성화를 위한 투자확대'를 주제로 공동 기자회견을 가졌다. KT와 이동통신 3사의 사장들이 한꺼번에 기자들 앞에 선 것은 국내 통신업계 사상 처음있는 일이다. KTF의 김 부사장은 해외출장중인 이경준(李敬俊) 사장을 대신해 참석했다. 이들은 IT산업 활성화를 위해 4사가 일정액을 분담해 3천억원 규모의 IT펀드를 조성하고 IT장학기금 및 대학연구개발펀드를 각각 1천억원 규모로 설립하며 연내에 추가로 1조3천억원 가량을 설비부문에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통신업체의 사장들이 한자리에 모여 국내 IT산업의 미래를걱정하고 우리경제의 성장엔진인 IT산업의 불씨를 살려가겠다는 다짐을 국민앞에 보여준 것은 과거에 없었던 새로운 모습으로 비쳐졌다. 그러나 이날 예정된 기자회견을 1시간 앞두고도 기자회견이 며칠 연기될 것이며 펀드규모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말이 나돌기도 하는 등 막판까지 우여곡절을 겪었다. 또 업체들은 거액의 자금이 소요되는 이번 IT펀드에 대한 입장이 제각각이었다. SK텔레콤은 매출규모가 큰 KT가 출자금을 더 많이 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기도했다. 그러나 정통부가 이달말로 결론을 내릴 예정인 신세기통신과의 합병조건 이행여부 등을 앞두고 정통부의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가는 자칫 `괘씸죄'에 걸릴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KT의 경우 전(前) 사장인 이 장관의 아이디어에 반대할 수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LG텔레콤과 KTF는 펀드조성에 반대하지는 않지만 자금사정 등을 이유로 들어 소규모 출자를 희망하는 등 소극적 입장을 취했다. 이처럼 우여곡절끝에 통신 4사 사장들은 한자리에 모여 공동 기자회견의 모습을취하기는 했지만 `단말기 보조금 지급을 중단할 것이냐'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서로 답변을 먼저하라며 양보, 감추고 있던 경계심을 드러냈다. KTF의 김 부사장은 "업체간 안하기로 합의했으니 지급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고,LG텔레콤의 남 사장은 "단말기 보조금 지급을 반대한다"고 했으며, 마지막까지 답변을 미루던 SK텔레콤의 표 사장은 "법에 따르겠다"고 말해 서로다른 뉘앙스를 풍겼다. 통신 4사는 또 펀드규모가 당초 알려진 1조원에서 3천억원으로 축소되자 발표문에는 설비부문의 투자확대 금액까지 합쳐서 1조8천억원의 투자를 강조, 숫자 부풀리기라는 의혹을 사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정내 기자 jn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