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IT(정보기술)경기 침체국면이 장기화되면서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엔진인 e비즈니스에 대한 관심마저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더구나 내년도 IT경기 전망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어서 e비즈니스를 건전하게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한 노력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에 한국경제신문은 전국경제인연합회와 공동으로 최근 "한국의 e비즈니스 현황과 과제"라는 주제로 좌담회를 가졌다. [ 참석자 ] 김대훈 LG CNS 부사장 류경렬 포스코 전무 윤종언 삼성경제연구소 상무 박철준 베인&컴퍼니 대표 이승철 전경련 상무 사회 : 안현실 한국경제신문 논설.전문위원 .............................................................................. 사회(안현실 위원)=e비즈니스의 필요성을 논의하기에 앞서 e비즈니스와 IT의 차이점이나 개념부터 얘기했으면 합니다. 박철준 대표=IT는 인포메이션,e비즈니스는 비즈니스적인 속성을 갖고 있습니다. e비즈니스는 IT라는 테크놀로지를 활용해 하나의 비즈니스 고객을 창출해내는 애플리케이션으로 이해됩니다. 윤종언 상무=e비즈니스는 그야말로 비즈니스죠. 기업 내부에서 비용을 절감하고 이익을 창출하는 부분이 있어야 합니다. 반면 IT는 즐거움과 편리함을 주는 인간의 꿈을 실현하는 수단입니다. IT가 훨씬 넓고 폭넓은 개념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동안 e커머스 단계에서 e비즈니스 단계로 넘어왔습니다만 앞으로는 "e엔터프라이즈"로 갈 것입니다. e비즈니스는 유행이라기 보다는 당연히 가야할 길이죠. 사회=효율적인 비즈니스를 위해서는 e비즈니스로 갈 수밖에 없다는 말씀이신데 국내 e비즈니스 현실에 대해선 어떻게 보십니까. 김대훈 부사장=작년 봄까지만 해도 "어떤 프로젝트를 해야 하는가"가 주된 관심사였는데 올해는 "밸류(Value)가 무엇인지,IT투자가 우리 회사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 하는 방향으로 바뀌었습니다. 과거엔 시스템을 구축하면 성과가 좋을 것으로 기대하고 맹목적으로 투자했지만 이제는 실질적인 밸류와 연결되는 투자활동으로 바뀐 것이지요. 또한 우리나라 초고속망이나 모바일 환경이 우수하다고 하지만 최근 EIU와 IBM이 공동조사한 "e레디니스"(e비즈니스 준비도) 차원에선 21위에 그치고 있습니다. 박 대표=결국은 오프라인의 경쟁력이 낙후된 결과라고 생각됩니다. 삼성이나 포스코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를 기반으로 e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해 성공한 사례입니다. 굉장히 우수한 기업이 IT를 이용해 더 우수한 기업이 될 수는 있어도 일반기업이 IT를 이용해 반드시 성공한다고 볼 수는 없다는 얘기죠. 이승철 상무=전경련에서도 회원사들을 대상으로 우리 기업의 e비즈니스 수준을 파악하기 위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중간 조사결과 기업의 주변환경과 기업내 IT인프라는 좋은 점수를 보이고 있지만 e비즈니스 프로세스와 인력 부문은 저조한 실적입니다. 기업관행의 변화가 더디고 인력시스템의 준비가 부족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사회=업무 프로세스를 비롯해 e비즈니스를 추진하는데 있어 기업내.외부의 장애물이 많다는 얘기인데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발목을 잡고 있고,또 개선과제는 무엇일까요. 박 대표="손(CEO)과 발(CIO)"이 따로 노는 것이 가장 큰 장애물입니다. 미국에서는 지난 90년대 업무 프로세스의 리엔지니어링을 통해 e비즈니스 준비가 많이 돼 있었습니다. 부서간의 장벽 자체가 무너져야 e비즈니스가 총체적인 기업효율성을 높이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CRM(고객관계관리)시스템을 도입할 경우 고객만 늘리는 것이 아니라 회사에 수익을 주는 고객관리에 신경을 쓰는 식으로 CEO가 IT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CIO와 협의해 추진해나가야 합니다. 기업경영에 있어 IT투자는 가장 비용이 많이 드는 설비투자 아이템이라는 점에서도 더욱 그렇습니다. 류경렬 전무=실제로 e비즈니스를 추진할 때 CEO의 의지가 있더라도 직원들이 "내자리 없어진다"는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 어려운 문제입니다. 이런 직원들은 어떻게 해서든 안되는 논리를 만들어내고 중소기업의 경우 CEO자신도 "e비즈니스가 무슨 메리트가 있느냐,세원만 노출되는 것 아니냐" 하는 생각들을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전자상거래가 일반화되기 위해서는 사회 전체적으로 표준화도 돼야 하는데 이에 대한 애로사항도 많구요. 법적으로 보면 무역업무자동화촉진법에는 "B/L(선하증권)을 인터넷으로 해도 유효하다"고 했지만 관세법에서는 "수입서류를 5년간 보관해야 한다"고 의무화하는 식으로 손발이 안맞습니다. 은행에서는 B/L원본을 보고 네고하기 때문에 컴퓨터로 처리할 때는 원본이 올 때까지 "은행 네고"도 못하는 실정입니다. 적어도 법률 사이에 상충되는 부분은 고쳐야 합니다. 이 상무=좋은 지적입니다.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법규들 사이의 상충문제는 시급히 개선돼야 할 과제라고 봅니다. e비즈니스를 추진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세제지원 등의 인센티브를 줘야 합니다. 신용카드 사용분에 대해 소득공제를 함으로써 세원이 노출되는 것처럼 e비즈니스 추진기업에 대해선 조세형평 차원에서라도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사회=역시 기업 내부의 관행과 함께 제도적으로도 개선해야 할 과제가 많은 것 같습니다. 앞으로 e비즈니스는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나갈 것으로 보십니까. 김 부사장="e커머스"가 기존의 거래를 단순히 전자화한 것으로 본다면 기업내부와 기업간 거래를 "협업(Collaboration)"체제로 만드는 "c커머스"를 통해 밸류를 높이는 단계로 발전할 것입니다. 제조업체와 유통업체가 협업으로 판매예측이나 재고관리를 공동으로 수행하는 것은 물론 프로세스가 다른 기업들까지도 연계되는 형태로 나아갈 것으로 봅니다. 박 대표=e비즈니스는 기업 경영구조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봅니다. e비즈니스를 통해 투명성이 강화되면 자연히 주주의 권리도 보장될 것입니다. e비즈니스가 경영구조 개선에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정리=손희식 기자 hssoh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