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밸리에서 성공하려면 회사 이니셜을 N자로 바꿔야겠네요."(엔씨소프트 송재경 부사장) 정말 그랬다. 국내 인터넷벤처업계의 간판회사들인 NHN의 이해진 사장, 넥슨의 정상원 사장, 엔씨소프트 송재경 부사장, 네오위즈 박진환 사장 등 4개사 경영진이 한자리에 모이고 보니 묘하게도 모두 회사이름이 N으로 시작했다. 회사도 역삼 선릉 삼성역 등 테헤란밸리에 위치해 있다. "N소사이어티라도 하나 만들어야겠다"는 송 부사장의 얘기에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국내 IT벤처업계에서 가장 잘 나간다는 '4N'사의 경영진이 모처럼 한 자리에 모였다. 코스닥 IR로 정신없이 바쁜 이해진 사장과 미국으로 출장 떠나야 한다는 송 부사장을 간신히 붙잡았다. 넥슨의 창업자이자 이해진 송재경 사장과 친구사이인 김정주 모바일핸즈(넥슨의 자회사) 사장은 지방 출장으로 이날 모임에 참석하지 못했다. 이들 '4N'사는 최근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IT 벤처기업들이다. 4N사는 올해 최소 70억원(네오위즈)에서 최대 7백억원(엔씨) 순이익을 예상하고 있다. 현금보유액만도 2천2백억원(엔씨 1천3백억원, 네오위즈 5백억원, NHN과 넥슨 각각 2백억원)에 달한다. 4N사의 CEO들은 남다른 인연으로 얽혀 있다. NHN의 이해진 사장, 넥슨의 창업자인 김정주 사장, 엔씨소프트의 송재경 부사장은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86학번 동기들이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과학기술원(KAIST)을 같이 마친 막역한 친구 사이다. 며칠 전에는 김 사장의 아이 돌잔치에 몰려가 오랜만에 학창시절처럼 포커를 치기도 했다. "정주는 목소리만 큰 편이고 해진이가 소리없이 돈을 따는 편입니다. 역시 포커게임 만드는 회사 사장답죠. 저는 잡기에 재주가 없어 주로 잃어요." 세 사람의 '역학관계'를 설명해 주는 송 부사장의 말투에서 그들의 친밀관계가 그대로 드러난다. 넥슨의 대표이사인 정상원 사장과 네오위즈 박진환 사장은 이들 세사람의 대학후배이다. 정 사장은 한때 이해진 사장과 삼성SDS에서 함께 근무했었다. 게임개발과 신사업 구상을 위해 대표이사 자리를 물러난 김정주 사장의 뒤를 이어 지난해부터 넥슨을 운영하고 있다. 4N사중 막내인 네오위즈의 박 사장은 한동안 넥슨에서 근무한 인연으로 이들과 형님동생 사이로 지낸다. 넥슨이 CEO 사관학교 역할을 톡톡히 한 셈이다. 엔씨를 뺀 세 회사는 사업으로도 관련이 깊다. 넥슨은 NHN의 주식 7.6%를 갖고 있는 4대주주로 지분이 취약한 이해진 사장의 우호세력 역할을 하고 있다. 넥슨의 정 사장은 "포트폴리오와 포털사이트인 네이버와의 연계사업을 감안해 스와핑을 했는데 지금은 가치가 몇 배로 뛰었다"고 말했다. 혹시 지분을 팔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에 "해진이 형의 지분이 많지 않기 때문에 우호지분 확대를 위해 오히려 매물로 나온 주식을 살 수도 있다"며 돈독한 관계를 과시했다. 네오위즈도 최근 NHN과 제휴를 맺고 네이버의 검색엔진을 이용한 검색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막내인 박 사장은 넥슨 출신답게 지난해 초 네오위즈의 사장을 맡은 후 게임사업 강화에 나섰다. 게임회사인 엠큐브를 인수한 후 시작한 고스톱 포커 등의 웹게임 서비스가 올들어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아바타처럼 다른 회사들이 미처 신경을 못쓰는 작은 부분까지 챙기는 섬세함이 네오위즈 게임의 강점"이라는 박 사장의 말에 "고스톱은 확실히 네오위즈가 재미있다"고 송 부사장이 거들었다. 그러자 한게임을 운영하고 있는 이 사장이 발끈하며 "유료 이용자층인 30대 이상은 너무 화려하고 디테일한 걸 싫어한다"며 '충고'를 했다. 4N사는 지금까지 사업영역이 확연히 달라 이렇다 할 경쟁이 없었다. 하지만 엔씨소프트와 넥슨이 게임포털을 지향하고 네오위즈의 웹게임사업은 게임과 포털이 결합된 NHN의 사업영역과 맞닿아 있다. 조만간 본격적인 경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앞으로 벌어질 4N끼리의 선의의 경쟁과 이들 CEO들의 맞대응이 볼 만 할 것 같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 ----------------------------------------------------------------- [ 프로필] NHN 이해진 사장 -67년 서울 -86년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입학 -92년 삼성SDS 입사 -99년 네이버 설립 넥슨 정상원 사장 -70년 서울 -89년 서울대 분자생물학과 입학 -94년 삼성SDS 입사 -96년 넥슨 입사 엔씨소프트 송재경 부사장 -68년 서울 -86년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입학 -95년 넥슨 공동창업 -97년 엔씨소프트 입사 네오위즈 박진환 사장 -72년 울산 -91년 서울대 경영학과 입학 -96년 넥슨 인터넷사업팀장 -2000년 네오위즈 입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