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위 휴대폰 제조업체인 미국 모토로라와 독일의 엔지니어링 및 전자전문업체인 지멘스가 사업을 맞교환하는 빅딜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일 보도했다. 이번 빅딜이 성사되면 모토로라는 지멘스의 휴대폰 단말기 사업부를,지멘스는 모토로라의 이동전화 중계기등 무선 네트워크 장비 사업부를 각각 인수하게 된다. 모토로라는 이를 위해 지멘스에 별도 대금을 지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양사는 공식 논평을 거부했다고 FT가 전했다. ◆휴대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격차를 벌리려는 모토로라=지멘스는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4위를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세계 2위인 모토로라가 지멘스의 휴대폰 사업부를 인수하게 되면 시장 점유율이 기존 15.7%에서 24.1%로 껑충 뛰게 된다. 이 경우 모토로라는 업계 3위인 삼성전자(9.5%)와의 점유율 격차를 지금의 6.2% 포인트에서 14.6% 포인트로 크게 벌릴 수 있게 된다. 세계 1위인 핀란드 노키아(35.6%)와의 격차도 줄일 수 있다. 모토로라는 특히 취약한 유럽 지역에서의 입지를 다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모토로라의 유럽 시장 점유율은 9.9%에 머물러 지멘스의 16.1%를 크게 밑돌고 있다. 또 지난해 14억달러의 손실을 남긴 무선 네트워킹 사업에서 손을 떼 구조조정 효과도 거두게 된다. ◆가전에서 네트워크 장비 전문업체로 변화를 모색하는 지멘스=모토로라의 네트워크 장비 사업부를 인수하면 한국 등 아시아와 미국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게 된다. 지멘스가 네트워크 장비의 표준방식으로 유럽형 GSM 등을 채택한 반면 모토로라는 한국과 미국에서 사용되는 CDMA(부호분할다중접속) 방식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이번 빅딜은 지멘스가 세계 최고 휴대폰 제조업체가 되겠다는 야심을 포기했음을 의미한다. 독일 드레스드너 클라인워트 바제스타인의 애널리스트인 제임스 스텔러는 "장기적으로 휴대폰 단말기 사업은 마진율이 낮은 사업으로 업계 1,2위 정도만 돈을 벌어들일 수 있을 것"이라 지적하고 "지멘스는 가전업체가 아니라 인프라 업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