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성을 앞세운 '사이버 테러'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대중에게 잘 알려진 탤런트나 정치인 등에 대한 인신 공격은 물론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폭언이나 성적 발언 등은 이제 인터넷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현상이 됐다. 얼마 전 탤런트 최진실씨와 그의 아들에 관한 음해성 글이 각 게시판에 유포된 일은 좋은 사례다. 경우에 따라서는 가정 파괴라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는 일이 거리낌없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 경우에는 그 글을 퍼뜨린 네티즌이 결국 사이버수사대에 의해 잡혔지만 대부분은 추적이 불가능하다. 이 외에도 인터넷에 유포된 헛소문이나 음해성 게시물 때문에 정신적 피해를 입은 연예인은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다. 정치인의 경우도 선거철만 되면 한차례씩 홍역을 치른다. 지난 6월의 서울시장 선거가 대표적인 경우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민주당 김민석 후보의 홈페이지는 제대로 서핑할 수 없을 만큼 황폐화됐다. 게시판은 인신 공격성 폭언이나 뜬금없는 말들로 가득찼고 스팸메일도 쏟아졌다. 홈페이지를 통해 네티즌들의 의견을 묻고 정책에 대한 토론이 이뤄지도록 한다는 당초 목표는 기대조차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일반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일부 채팅사이트에는 쉴새없이 성적 언어로 수치심을 자극하는 사례들이 넘쳐난다. 무작위로 대상을 정해 음란한 용어를 사용하며 여성들의 경우 이같은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채팅을 즐긴다는 한 여성은 "다른 사람이 먼저 메시지를 보낼 수 없도록 설정해 놓지 않으면 쉴새없이 이상한 메시지들이 온다"며 "요즘은 사이트에 접속하는 것 자체가 두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이처럼 무분별한 사이버 테러가 자유롭게 이뤄지고 있는 현상에 대해 네티즌들은 대체적으로 두가지 견해를 보이고 있다. 자유로운 표현이야말로 인터넷의 가장 큰 특성인 만큼 어느 정도의 부작용은 어쩔 수 없다는게 그 하나다. 인터넷에서 일어나는 일은 인터넷 안에서 끝나는 것이기 때문에 굳이 현실세계의 잣대로 바라보는 것은 불필요하다는 얘기다. 반면 인터넷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만큼 강력한 대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많다. 단순히 인터넷을 가상세계로 보는 것은 이제 현실적으로 타당하지 않다는 시각이다.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사이버테러의 문제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고 총체적인 대응방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 됐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 keddy@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