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노 사이트는 인터넷의 큰 '골칫거리'다. 포르노 사이트들은 검찰의 일제 단속이 실시되면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다가 단속이 좀 느슨해졌다 싶으면 어느새 우후죽순처럼 다시 서비스를 재개한다. 요즘은 미국이나 일본의 유명 포르노 사이트들이 한국 시장을 겨냥, 한글로 된 콘텐츠를 마구 쏟아붓고 있다. 게다가 국내에 있던 사이트들도 속속 해외로 서버를 옮겨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한국인터넷성인문화협회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월말 4~5개에 불과했던 해외 한글 포르노 사이트는 지난 8월말 현재 2백여개로 1년반만에 50배 가량이나 증가했다. 이 가운데 90% 이상은 미국에서 서버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사이트에 올라오는 콘텐츠 가운데는 외국 현지에서 제작된 것이 많지만 국내에서 제작돼 해외로 전송됐다가 다시 국내로 들어오는 것도 적지 않다. 마치 숨바꼭질 놀이를 하듯 한쪽은 찾고 한쪽은 숨는 과정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숨는 쪽은 들켜도 승복하지 않는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들키면 다시 달아나 숨었다가 술래가 보이지 않으면 슬그머니 모습을 보인다. 문제는 현재의 방식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점이다. 아무리 국내에서 단속을 한다해도 해외 사이트에 대해서는 실효를 거두는 것이 불가능하다. 또 국내 인터넷서비스 제공업체(ISP)들이 포르노 사이트에 대한 차단을 시도하고는 있지만 몇몇 큰 사이트에 국한될 뿐이다. 네티즌들의 반발과 접속차단을 무력화시키는 소프트웨어의 개발 등은 이런 ISP의 조치를 유명무실하게 만든지 오래다. 실제로 몇몇 포르노 사이트에서는 ISP의 조치에 대한 거부운동을 벌이고 있으며 많은 네티즌들이 여기에 동참까지 하고 있다. 성인 또는 포르노 사이트에 대한 새로운 관점이 필요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우선은 포르노 사이트에 대한 인식이 새롭게 정립돼야 한다. 인터넷 이용자들이 여전히 포르노 사이트를 많이 찾고 있다는 것은 이미 암묵적으로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를 인정하지 않고서는 문제의 핵심에 접근할 수 없다. 인터넷업계 관계자들은 포르노 사이트 자체를 문제삼는 것보다는 성인이 아닌 미성년자들의 이용을 제한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는게 타당하다고 보고 있다. 무조건적인 단속이 아니라 국내는 물론 해외의 한글 사이트들도 이같은 목적에 동참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얘기다. 이를 위한 방안들이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일단 포르노 사이트에 대한 접근 방법을 달리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는 것이다. 성인 콘텐츠는 이제 인터넷 비즈니스에서 중요한 서비스로 인식돼 가고 있다. 포르노 사이트를 비롯한 성인 콘텐츠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문제 해결책의 모색은 시급한 일이다. < keddy@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