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아햏햏"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국어 사용법을 완전히 무시한 듯한 이 말을 시작으로 "압박" "햏햏자" "100원만 주세요" 등의 모호한 말들이 정형화된 어휘로 사용되고 있다. 아햏햏 추종자들은 스스로를 햏자(불교의 행자)라 칭하며 선문답과 같은 말들을 각종 게시판에 올리고 있다. 이들이 따르는 것은 물론 불교가 아니라 아햏햏이다. 그러나 아햏햏 자체가 분명한 의미를 가진 것이 아니어서 이들이 추구하는 것 역시 모호할 뿐이다. 이들에게 아햏햏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정의할 수 없는 말이라는 대답이 전부다. 아햏햏은 그냥 아햏햏 이라는 것이다. 아햏햏은 초기에 딱히 정의하기 힘든 상황을 표현할 때 주로 쓰였으나 지금은 모든 동사와 형용사를 이 단어 하나로 표현할 정도가 됐다. 이처럼 인터넷에 불쑥 나타나 하나의 추세로 자리잡은 아햏햏 현상을 바라보는 네티즌들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새로운 인터넷 문화로 해석하는 쪽이 있는 반면 국어파괴 혹은 의미없는 현상으로 보는 쪽도 있다. 인터넷 포털 다음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양쪽 의견이 비슷한 비중을 차지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제 많은 사람들이 이 단어를 사용하고 독특한 아햏햏 현상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많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그들만이 사용하는 언어를 통해 만족감을 느끼며 그들만의 인터넷 커뮤니티를 형성하기 시작한 것이다. 전문가들이 이 현상에 대해 분석하고 관심을 가지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아햏햏 추종자들이 주로 활동하는 장소와 이들이 우상으로 생각하는 대상에 대해 주목함으로써 이 현상을 이해하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우선 아햏햏 현상이 인터넷의 대표적인 모임장소인 게시판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한다. 파괴된 어법과 동문서답식 어휘를 구사함으로써 그동안 익명성을 전제로 무분별한 말이 쏟아졌던 게시판 문화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고 있다는 것이다. 또 아햏햏 추종자들의 우상인 화가 장승업,강아지 개벽이,코스프레 소녀 소피티아 등의 사진을 보면 하나같이 "일탈"을 꿈꾸는 모습을 대변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일반적인 시각에서 볼 때 누구나 못생겼다고 느낄 소피티아의 모습을 아름답다고 찬양하는 이면에는 기존의 통념을 파괴함으로써 일종의 문화적 쾌감을 얻으려는 욕구가 숨어 있다는 것이다. 결국 아햏햏은 그동안 새로운 인터넷 문화에 목말라했던 네티즌들의 심리가 우연한 기회를 통해 폭발적으로 표출된 현상이라는 해석이다. 이유가 어찌됐든 아햏햏 커뮤니티인 아햏햏닷컴(www.ahehheh.com)은 지금 하루에도 수천건의 게시물들이 올라올 정도로 북적대고 있다. 그러나 이 현상이 얼마나 지속될 지, 그리고 하나의 새로운 인터넷 문화로 자리잡을 수 있을 지는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