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출연 연구소들은 정치 지도자, 정부에 따라 지난 40년동안 부침을 거듭해 왔다. 정부 산하기관이라는 특성으로 인해 외풍을 타기 일쑤였다. 연구소가 본래의 기능인 연구개발에 온 힘을 쏟지 못하고 외부의 눈치를 살피는 풍토가 조성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설립된 60년대를 시작으로 70년대까지는 정부가 나서 출연 연구소를 대대적으로 지원했다. 당시 정부는 감사원 감사 등 규제를 피하면서 안정적인 연구를 보장해 주기위해 '보조' 대신 '출연'이라는 명칭을 붙였다. 이같은 위상은 80년대 전두환 정부가 들어서면서 크게 흔들리고 말았다. 정부는 연구소 통폐합 조치를 통해 연구소 중심에서 국책 연구개발사업 중심으로 정책의 큰 틀을 바꿔 버렸다. 연구과제 결정권이 정부쪽으로 넘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90년대 들어 정부 출연 연구소의 위상은 또 한번 흔들리게 된다. "연구비가 어떻게 사용되는지를 알아보라"는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또 다시 연구소를 소용돌이로 몰아넣은 것이다. 외풍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90년대 말 현 정부가 들어선 이후 연구소는 공공부문 개혁의 첫번째 대상이 됐다. 연구소 인력이 대규모로 삭감되는 수모를 겪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연구소의 원장 자리도 점점 더 정치바람을 타기 시작했다. 일부에서는 정부 출연 연구소에 대한 예산 배정이 공정한 평가보다는 '외부의 힘'에 의해 좌우된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현 정부 들어서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법과 연구소 체제에 칼을 댔다. 이공계 연구소들이 '정부 출연연구기관 등의 설립.운영 및 육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총리실의 관리 감독을 받게 된 것이다. 연구소들은 기초기술 공공기술 산업기술 등 3개 연구회로 각각 편입됐다. 99년 설립된 이들 3개 연구회는 연구기관에 대한 주무부처의 간섭을 배제하고 자율성 및 책임경영 체제를 강화하는게 목적이었다. 소관 기관을 국무총리실로 이관한 것도 개별 부처의 간섭에서 벗어나 독립성을 확보하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역시 실패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과거에는 소속 부처가 간섭하는게 고작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연합이사회 총리실 기획예산처는 물론 과거 소관 부처까지도 '상전'으로 모셔야 하는 구조가 돼 버렸다"는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