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부가 국내 정보보호산업 육성을 위해 도입한 정보보호 전문업체 지정제도가 표류하고 있다. 정보보호 전문업체로 지정되더라도 실익이 없어 2차 전문업체 지정에 대한 업계의 반응은 싸늘하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정통부가 정보보호 전문업체의 추가 지정을 추진하고 있으나 현재 이를 준비 중인 국내 보안업체는 지난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정보보호 전문업체는 관공서 국가기반시설 등 정통부가 지정하는 정보보호기반시설의 보안컨설팅에 우선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을 갖게 된다. 지난해에는 19개 업체가 지원,이 가운데 9개사가 선정됐으나 올해는 코코넛과 퓨쳐시스템 정도가 공식적인 지원 의사를 밝힌 상태다. 당초 참여 예정이었던 세넥스테크놀로지 싸이버텍홀딩스는 지원하지 않기로 결정했으며 한국정보공학 이니텍 등도 부정적 의사를 밝히고 있다. 또 삼성SDS LGCNS 등 지난해 탈락했던 대형 시스템통합(SI) 업체도 참여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정보보호 전문업체 지정에 대한 업체들의 반응이 이처럼 냉담한 것은 실익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이미 9개 업체가 선정된 데다 이들 업체마저 고전을 면치 못할 정도로 국내 보안시장이 극심한 침체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보안시장은 지난해에는 약 3천5백억원 규모에 달했으나 올해는 작년보다 오히려 시장 규모가 축소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적인 전망이다. 지난해 정보보호업체로 선정됐던 해커스랩 에스큐브 등은 보안컨설팅 부문의 매각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전문업체 추가 지정 발표 이후 매각협상마저 중단된 상태다. 세넥스테크놀로지의 관계자는 "전문업체로 지정되려면 3∼4개월 동안 준비해야 할 정도로 품이 많이 들지만 정작 실익은 없다"며 "돈이 안되는 보안컨설팅보다는 생체인식 제품 판매에 주력키로 했다"고 말했다. 정보보호 전문업체 추가 지정에 대한 기존 업체들의 반발도 적지 않다. 정통부의 정보보호 기반시설 지정이 늦어져 시장 형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 지정을 할 경우 과당경쟁으로 인한 동반부실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전문업체 지정요건을 맞추기 위해 덤핑판매와 인력 스카우트도 불사하는 출혈경쟁을 벌여 아직도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보안업계의 한 관계자는 "침체기를 맞고 있는 보안시장의 자율적 구조조정을 위해선 추가 지정 시기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