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공대는 이공계 분야 국내 최고학부다. 관악 캠퍼스에는 최신 공학연구동이 잇따라 들어서고 실험실에는 첨단 고가장비가 그득하다. 그러나 겉모습에 비해 내용은 보잘 것 없다. 한마디로 '외화내빈(外華內貧)'이다. 지난해말 서울대 개혁보고서(블루리본 패널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공과대의 한 교수는 "서울대 전체의 경쟁력을 분석한 결과 미국 중하위 주립대 수준으로 나왔다"며 "이는 공과대라도 예외는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다. ◇ 투입(Input)에 비해 산출(Output)이 적다 =교육계 일각에선 서울공대를 '돈먹는 하마'라고 부른다. 지난 한햇동안 정부와 산업계가 서울대에 지원한 연구비는 모두 1천4백85억원. 이 가운데 90%이상이 공대에 집중 지원됐다. 이는 전국대학 전체 연구비의 13%에 달한다. 경쟁대학인 KAIST와 포항공대보다도 2∼3배 정도 많다. 더욱이 두뇌한국(BK)21 사업이 시작되면서부터 서울공대는 정부의 연구지원자금을 사실상 독식하고 있다. 그러나 돈을 집중 투입한 만큼 결과물은 나오지 않고 있다는게 안팎의 평가다. 오히려 교수 1명당 논문 수 등 연구성과에서는 국내 경쟁대학에조차 뒤진다. 산학협력이나 기술이전 등 응용연구에서는 더 형편이 없다. ◇ 정년이 1백% 보장된다 =보잘것 없는 연구성과에 비해 교수들이 보장받는 미래는 너무 밝다. '한번 교수로 임용되면 평생이 보장된다'는 말은 서울공대에서만 통한다. 실제 서울공대에서 신규 임용 교수가 정년을 보장받는 비율은 1백%다. 미국 스탠퍼드대(40%), 하버드대(30%) 등에 비해서도 턱없이 높다. ◇ 연구환경이 열악하다 ="턱없이 낮은 월급수준으로 연구의욕은 커녕 최고수준의 교수진을 유치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서울공대 교수들의 월급은 국내 사립대 교수들보다 30%정도 낮다. 한 교수는 "현행 급여와 인센티브만으론 서울공대 교수들이 연구에 몰두할 수 없으며 외부 강연이나 프로젝트로 돈벌이에 나설 수 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 경영이 없다 =특혜에 비해 경영은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외부 연구비나 장비 지원금 등을 교수가 유용하는 사례도 감사원 감사때마다 적발되고 있다. 연구비도 학문분야간에 적절히 분배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국립대라는 태생적 한계에서 비롯된다. "정부의 눈치를 보면서 책임경영을 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서울공대 개혁의 출발점은 정부로부터의 독립이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