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무더위를 피해 바다와 강으로 떠나도 막상교통체증과 피서지의 혼잡으로 피곤이 오히려 쌓이는 것이 현실이다. 매년 반복되는 이런 불편을 피해 인터넷 여행으로 무더위를 잊는 `사이버 피서족'이 최근 점차 늘고 있다. 이들은 집이나 시원한 PC방에서 마우스만 클릭, 국내외 유명 관광지나 박물관등을 둘러보거나 으스스한 내용들이 가득한 공포사이트, 공연실황 중계사이트 등 접속해 경제적이면서도 시원한 피서를 보낸다. 지난해 여름 동해안으로 피서를 갔으나 교통체증과 바가지 상혼으로 짜증만 더했다는 직장인 김용선(32)씨는 "올해는 피서지를 찾는 대신 아내와 함께 인터넷 서핑을 하며 휴가를 보낼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의 계획은 8월 중순 일주일간 휴가를 내 대영박물관, 루브르박물관 등 전세계유명 박물관 웹사이트에서 유명 작품들을 감상하는 것. 김씨는 1일 "대부분의 박물관이 사이버전시관을 갖추고 있어 인터넷으로도 작품을 감상할 수 있고 상세한 해설과 작품에 얽힌 사연까지 곁들여져 있어 직접 가 보는 것에 못지않다"며 "하루 4시간 정도 일주일간 인터넷 검색을 한다면 유명작품 대부분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학생 고재훈(26)씨도 사이버피서족의 한 사람. 며칠째 계속되는 무더위를 PC 방에서 공포사이트를 즐기며 잊고 살았다. 고씨는 "인터넷에는 귀신과 UFO사진, 공포체험담 등 온몸을 서늘하게 만드는 납량물들이 즐비한 웹사이트들이 많다"며 "으스스한 음악을 다운로드 받아 틀어 놓고 이런 사이트들을 찾다보면 더위는 어느 새 사라진다"고 소개했다. 고씨는 "금전적으로 별로 여유가 없어 올해는 피서를 가지 않기로 했다"며 "대신 해운대 등 바닷가 모습을 인터넷으로 생중계하는 사이트에 접속해 아쉬움을 달래겠다"고 덧붙였다. 서울시내의 한 PC방 주인은 "얼마전까지 PC방을 찾는 손님들의 대부분이 인터넷게임을 즐겼다"며 "하지만 최근 휴가철이 되면서 공포사이트나 여행지 동영상 등을 보는 사람들이 늘었다"고 전했다. 다음과 프리첼 등 각종 인터넷포털의 게임동호회 게시판에는 휴가일정을 비슷하게 맞춰 온라인게임을 여럿이 함께 하면서 더위를 잊어보자고 제안하는 글들이 많이오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상훈 기자 karl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