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와 SK그룹이 각각 보유중인 SK텔레콤 주식을 담보로 해외에서 대규모 EB(교환사채) 및 ADR(주식예탁증서) 발행에 앞다퉈 나서고 있어 양측의 해묵은 갈등이 급기야 국익을 해치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의 대주주인 SK㈜와 SK글로벌은 보유중인 SK텔레콤 주식을 담보로 해외 ADR 및 EB 발행을 추진하고 있고 이에 맞서 KT도 보유중인 SK텔레콤 지분 9.27%를 담보로 해외EB 발행에 나설 계획이다. 양측이 동시에 SK텔레콤 주식을 담보로 해외에서 대규모 EB를 발행할 경우 발행가가 급락할 뿐만 아니라 이로인해 외환의 국내유입이 늘어나 최근 비상이 걸린 환율하락을 부채질하는 등 국가경제적으로 손실을 초래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SK텔레콤 지분 32.57%를 보유한 SK㈜ 및 SK글로벌은 이달중 2조원 규모(SK텔레콤 지분 7.3%, 650만주)의 ADR 및 EB발행을 목표로 홍콩 및 유럽 등에서 해외 투자자를 대상으로 투자설명회를 벌이고 있다. SK의 EB발행 계획이 발표되자 KT도 투자자금 마련 및 재무구조 개선을 이유로 보유중인 SK텔레콤 주식을 담보로 EB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양측이 동시에 SK텔레콤 주식을 담보로 해외에서 EB를 발행할 경우 SK텔레콤의 외국인 지분한도가 4%밖에 남지않고 채권발행 조건이 악화돼 양측은 800억∼1천억원 규모의 손실을 입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양측이 이처럼 막대한 손실을 감수하고 해외 EB발행을 강행하려는 것은 지난 5월 SK텔레콤의 KT지분 과다매입에 따른 양측의 갈등이 심화되면서 감정 문제가 원인이 되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KT와 SK텔레콤의 EB발행 추진으로 인해 해외 투자자들은 혼란을 느끼고 있다"면서 "EB발행 조건 역시 양사간 경쟁으로 인해 악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며 국익 차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KT 관계자는 "SK측이 KT사장이 공석인 상황을 틈타 KT가 SK텔레콤 주식을 처분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이용, 갑자기 SK테레콤 주식을 담보로 해외EB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KT 관계자는 "SK측이 보유중인 KT주식과 KT가 보유중인 SK텔레콤 주식을 맞교환(스와핑)하는 제의를 외면하고 KT주식을 보유한 채 국민경제적으로 손해를 무릅쓰고 해외에서 EB를 발행하려는 것은 어떤 방식으로든 KT경영에 관여하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한편 이처럼 양사의 갈등이 국익 침해가 우려되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데도 외환시장을 관리하는 재경부의 입장이 명확하지 않고, 통신정책 담담부처인 정통부 역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정내기자 jn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