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나노종합팹(Fab)센터구축사업' 유치기관으로 선정됨에 따라 대덕연구단지는 국내는 물론 아시아의 과학기술 메카로 거듭날 수 있는 전기를 맞게 됐다. 그동안 대덕연구단지의 취약점으로 지적돼 온 기술 시험 및 평가, 시제품 제작 등을 위한 전담 시설을 보유, 명실공히 과학기술 메카로서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됐을 뿐 아니라 유관 연구기관의 잠재력 역량을 끌어 내 NT 연구를 활성화하는 등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된 셈이다. 장순흥(張舜興) KAIST 기획처장은 "대덕단지가 대만 신죽(新竹)단지와 비교되는 것은 기술 평가 및 시제품 제작 등을 전담할 시설이 없는 것"이라며 "NT 연구는 선진국에서도 일천한 만큼 이 센터가 구축되면 대덕단지는 '세계 NT의 중심'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이후 땅에 떨어진 대덕단지 과학기술자들의 사기를 북돋우면서 이들에게 새로운 마음으로 연구개발에 몰두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것도 큰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대덕단지는 자타가 공인하는 고급 과학기술의 집결지이나 정부의 관심 부족과 잦은 정책 변경, 무분별한 구조조정 등으로 핵심인력이 속속 대학 및 기업체로 자리를 옮긴 데다 남아 있는 인력도 사기가 떨어져 '속빈강정'이라는 소리를 들어 왔다. 이와 관련, 황해웅(黃海雄) 대덕연구단지기관장협의회장은 "이 센터는 대덕단지과학기술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 대덕단지 종사자들은 이 시설을 적극 활용해 국가 과학기술 발전에 매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대덕단지에 이 센터가 구축됨에 따라 시설과 인력 활용의 효율성을 꾀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KAIST와 다른 연구기관에 이 센터와 연계할 수 있는 첨단 기기가 설치돼 있는데다 KAIST에 80여명의 교수를 비롯, 1천여명의 NT 전문인력이 대덕단지에 포진돼 있는 등 국내 최고 수준 시설과 인력을 보유하고 있어 장비 중복투자를 없애면서 인력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게 KAIST측의 설명이다. 이 밖에 대덕단지가 국토의 중심의 자리잡고 있어 관련 기술을 전국의 기업체에 쉽게 서비스를 할 수 있고 이곳에서 파생된 기술의 신속한 산업화를 위해 첨단 벤처산업단지로 개발되고 있는 대덕테크노밸리와 연계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 하지만 이 센터가 국가 NT 경쟁력 강화의 핵심시설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우선 이 센터는 이용을 원하는 모든 업체나 연구소, 대학 등에 폭넓게 개방하고 단순한 서비스 시설이 아니라 각 기관에 잠재돼 있는 역량을 끄집어 낸 뒤 하나로 통합해 국가 과학기술 발전으로 연결시키는 역할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우물안 개구리식이 아니라 아시아지역은 물론 세계를 내다보면서 시설을 운영해야 'NT 경쟁력 확보'라는 설립 취지에 부합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경수(李璟秀) 대덕밸리벤처연합회장은 "이 시설을 설치한다고 해서 우리나라가 당장 NT 분야의 선진국에 오른다는 기대하는 것은 오산"이라며 "앞으로 우리나라가 아시아시장에서 NT 분야의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도록 이 시설을 말레이시아나 태국 등 아시아 국가에도 적극 개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대전=연합뉴스) 이은파기자 silve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