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적으로 유용한 미생물의 유전체가 속속 밝혀져 이들 유전체 정보의 의미를 해독해 이용하는 일이 이제 시작됐습니다." 지난 1일부터 경주보문단지에서 시작된 제9차 산업미생물유전학 국제심포지엄에 참가한 국내외 미생물학자들은 미생물의 유전체정보를 바탕으로 새로운 항생제나 항암제 등 유용한 물질을 생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영국의 데이비드 호프우드(David Hopwood)ㆍ키스 채터(Keith Chater) 교수팀(존이네스 센터)은 2일 "현존하는 항생ㆍ항암제의 60% 정도를 생산하는 박테리아 스트렙토마이세스의 유전체를 완전 해독해 냈다"며 "이 세균의 유전체정보에서 신생물소재와 의약품을 만들 수 있는 새로운 유전자를 발견했고 대사경로를 예측하게 됐다"라고 발표했다. 호프우드 교수팀은 "불필요한 물질의 생성없이 원하는 물질을 효율적으로 생성하게 됐다"면서 "이를 이용해 비슷한 유형의 다른 의약품을 생산하는 방법이 제시되고 현재 수백억달러 규모인 항생제시장에 새로운 활로가 제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버클리) 김성호 교수팀은 염기서열이 밝혀지더라도 기능을 유추할 수 없는 미지의 유전자가 50%에 달하는 상황에서 미생물유전체의 단백질구조를 밝혀내 유전자의 기능을 유추하는 연구결과를 학회에서 발표했다. 김 교수팀은 "500개 정도의 유전자로 구성된 최소생물 마이코플라스마 세균의 유전자를 단백질로 발현하고, 그 구조를 결정해 미지의 기능이 있음을 확인했다"며 "이를 통해 폐렴 등 기관지 질병에 영향을 주는 유전자 산물을 알아낼 수 있다"고말했다. 이밖에 프랑스 파스퇴르연구소 듀종(Dujon)박사는 산업적으로 유용한 효모의 유전체를 비교해 신기능유전자 및 진화의 메커니즘을 밝혀내는 연구논문을, 일본 심해저연구소 호리코시 박사는 극한미생물의 효소를 탐색해 산업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심포지엄 조직위원장인 이계준 서울대교수(생명과학부)는 "미생물은 생물산업의 근간이 되는 소재로 차세대산업인 생명공학기술(BT)산업을 선도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세계 주요국가들은 정부와 기업의 지원하에 유용미생물 유전체 연구 및 확보된 유전체정보를 산업화하는 연구를 집중 육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주=연합뉴스) 홍창진기자 realism@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