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산업단지인 경기도 시화.반월.남동공단 일대. 국내 중소기업의 절반 가까이(2만여개)가 몰려있는 이 지역에 산학협력의 메카로 떠오르는 곳이 있다. 공단의 기술연구소 역할을 하는 한국산업기술대학교(총장 최홍건)가 바로 그곳. 시화공단의 한 가운데에 자리잡은 이 대학은 인근 중소기업들의 실험실습장으로도 인기를 끌고있다. 국내 첫 실용화교육 시범대학으로 출범한 산업기술대가 설립 4년만에 산학협동의 산실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다. 이 대학 졸업생들은 취업난을 전혀 실감하지 못한다. 2002년 2월 졸업생(2백60명)들은 이미 지난해 10월 전원이 취업을 했다. 내년도 졸업예정인 4학년생들도 벌써 53%가 취업했다. "중소기업들 사이에서는 2,3학년생에게까지 서로 장학금을 줘가며 유치경쟁을 벌일 정도"라는 게 신현덕 홍보처장(국어교양 교수)의 설명이다. 중소·벤처기업들 사이에 한국산업기술대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산업현장에서 필요한 전문기술자를 배출해내기 위한 이 대학의 실용화 교육 때문이다. 창업보육센터장을 맡고 있는 현동훈 교수(기계공학과)는 "과학기술자보다 미래의 공장장을 육성해내는 대학,공단의 기술연구소 역할을 하는 대학"이라고 설명한다. 한국산업기술대는 실용화 교육의 장으로 1천여개의 중소·벤처기업과 연계된 '가족회사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현장에서 필요한 기술인력을 입학 당시부터 맞춤형 교육을 통해 가족기업과 학교가 공동으로 길러내기 위한 제도"라는 게 현 교수의 설명. 시흥상공회의소 회장을 맡고 있는 대창공업 조시영 회장은 "맞춤형 교육실시 덕택에 졸업후 곧바로 현장에 투입해도 전혀 문제가 없다"며 "졸업후 재교육을 시켜야 하는 일반 대학출신들과는 다르다"고 강조한다. 교과과목도 철저히 현장 위주다. 학교측에서 일방적으로 정하지 않고 수요조사를 거쳐 기업에서 필요한 공정과 기술과정을 교과목에 반영한다. 졸업에 필요한 1백40학점 중 18학점 이상은 현장실습으로 따야 한다. 학점은 해당기업 대표가 매긴다. 이같은 현장교육 덕분에 학생 대부분이 졸업과 동시에 가족회사에 경력을 인정받고 취업한다. 한국산업기술대는 또 기업이 보유하기 힘든 각종 최신 고가장비를 갖추고 가족회사들이 마음껏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가족회사로 등록해있는 ㈜공화 정구용 사장은 "신제품 개발과정에서 대학의 장비를 활용해 공동연구를 진행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가령 이 대학의 초정밀가공기술혁신센터에는 관련기술분야에서 국내 몇 안되는 고가장비들이 들어서있다. 보유기술력도 국내 최고수준이다. 이 장비를 이용해 최근에는 삼성테크윈과 공동으로 국내 최초로 3백만화소급 고급 디지털카메라용 렌즈금형을 개발하기도 했다. 삼성테크윈 양윤근 광핵심부품개발팀장은 "대학연구소에서 보유한 나노기술을 적용해 제품개발에 성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앞으로 5년안에 세계 최고수준의 디지털카메라 렌즈생산기술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