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병 저항성 단백질은 단 한 개의 병원균 단백질을 인식하고 대응한다'는 식물학계 전통학설이 한국인 과학자에 의해 40여년만에 깨졌다. 미국 코넬대 보이스 톰슨 식물연구소에서 연수중인 김영진 박사(38)는 병원균이 식물에 침입했을 때 식물 유전자가 만들어낸 하나의 병저항성 단백질이 병원균에서 비롯된 2개 이상의 비병원성 단백질을 인식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규명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한개의 병저항성 단백질은 단 한개의 비병원성 단백질을 인식한다'는 병원균에 대한 기존의 식물 방어메커니즘을 40여년만에 뒤집은 것으로 '셀(CELL)'지 1일자에 실렸다. 식물의 방어 시스템 가운데 하나인 '저항성 유전자'가 만들어낸 한개의 단백질은 병원균이 공격을 위해 내보내는 한개의 단백질(비병원성 단백질)을 인식하고 자살방어 기능을 작동,스스로 죽어버린다는 것이 식물학계의 통설이었다. 식물 전체로 볼 때 '유전자 대 유전자'대응방법을 통해 잎 하나 또는 일부를 죽여 전체를 살린다는 논리다. 그러나 김 박사의 연구결과 토마토의 병저항성 단백질은 서로 크기와 구조가 다른 2개 이상의 비병원성 단백질을 인식하며 토마토내에서 저항성 반응을 일으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김 박사는 또 이들 단백질의 비교를 통해 공통된 아미노산 서열을 발견하고 이 아미노산 서열에 돌연변이를 일으켜 각 기능을 밝힌 데 이어 실험으로 이를 입증했다. 김 박사는 "이번 연구로 일부 식물들이 왜 적은 수의 저항성 유전자를 가지고도 세균 침입에 버틸 수 있는지 설명할 수 있게 됐다"며 "식물 뿐만 아니라 사람에 대해서도 비병원성 유전자의 기능을 연구하는 새 방법을 제시한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박사학위를 고려대에서 받았고 지난 97년 미국에 건너가 퍼듀대를 거쳐 현재 코넬대 보이스톰슨 연구소에서 박사후과정을 밟고있다. 김경근 기자 choi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