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관광부의 일관성이 결여된 정책 추진으로 온라인게임 사전등급 심의제가 '용두사미'(龍頭蛇尾)가 될 처지에 놓이고 말았다. 문화부는 온라인게임으로 인한 폐해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며 지난 3월 말 온라인게임 사전등급 심의제를 내달 1일부터 전격 강화한다고 기세좋게 출발했다. 문화부가 당시 이 제도의 대의명분으로 삼은 온라인게임의 폐해는 게임 자체의 폭력성이나 사행성 등이 아니라 게임안에서 사용되는 아이템의 현금거래와 이로 인한 청소년들의 폭력, 사기, 성매매 사건이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문화부는 이같은 폐단을 막기 위해서는 게임을 서비스하기 전부터 청소년들의 접근에 제한을 두는 사전등급제를 실시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또 게임에서 상대방의 캐릭터를 죽이는 `PK'행위에 대해서도 강력한 제재를 할 것임을 공청회 등을 통해 공공연히 밝혔었다. 문화부의 예기치 않은 강경노선에 PK를 허용하고 아이템이 현금거래되는 엔씨소프트의 '리니지'를 비롯해 국내 온라인게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른바 '리니지류' 게임을 서비스하는 업체는 문화부 눈치보기에 여념이 없었다. 하지만 `무슨 대단한 일을 할 것만 같았던' 문화부는 심의제 시행 사흘전인 29일 시행시기를 유보한다는 발표를 했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와 이중규제 문제로 부처간 갈등이 불거졌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문화부의 일관되지 않은 정책추진은 이날 발표된 심의제의 세부시행안에서 더욱 분명히 드러났다. 문화부는 온라인게임 역시 PC게임과 마찬가지로 게임의 폭력성이나 선정성을 기준으로 등급분류를 하고 온라인게임의 상호작용성으로 인한 아이템 현금거래 등은 기준으로 삼지 않는다는 안을 내놓았다. 결국 지난 3월 문화부가 문제삼았던 온라인게임의 폐해는 온데 간데 없어지고 그저 지금까지 PC게임을 심의해왔던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게 됐다. PK의 경우 `주요 타깃'으로 삼았던 엔씨소프트가 문화부의 정책을 지지하는 입장을 보이는 듯 하자 `18세 이용가' 등급이라던 입장을 바꿔 경우에 따라 12세나 15세 이용가 등급도 받을 수 있다'고 꼬리를 뺐다. 또 아이템의 현금거래가 심각한 수준인데도 이를 제재하기는 커녕 아예 심의기준에서 제외해 지난해 9월 발표한 심의기준을 스스로 어기는 꼴이 됐다. 문화부가 당시 발표한 심의기준에는 `다자간 네트워크(온라인게임 포함)를 구축해 온라인상에서 얻은 점수를 현금화(계좌이체, 온라인송금, 사이버머니 등) 할 수 있는 경우 이용불가결정을 할 수 있다'는 강력한 조항이 있었다. 리니지의 경우 점수대신 `아데나'라는 사이버머니를 얻을 수 있고 이 사이버머니가 일정한 `환율'을 형성하며 실제로 현금거래가 되고 있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문화부도 체면이 서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문화부 관계자는 30일 "우리도 문제가 이렇게 커질 줄 몰랐다"며 "그래도 추진한다는 기본입장이야 변하겠느냐"며 난감해 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결국 문화부는 온라인게임의 문제는 해결하지는 못하면서 업체로부터 10만원 남짓되는 심의수수료만을 챙기는 셈이 됐다"고 꼬집었다. (서울=연합뉴스) 강훈상기자 hskang@yonhap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