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환(31.직장인)씨는 올초 그동안 가지고 있던 디지털카메라,캠코더 등을 모두 새것으로 바꿨다. 가정용 비디오게임기인 PS2도 새롭게 구입했다. 아무래도 4월말 결혼을 하게되면 용돈이 여의치않을 것 같아 결혼전에 신제품을 한꺼번에 구입한 것이다. 이제 가장이 된 조씨가 총각시절 새로운 가전제품에 쏟는 한달 평균 비용은 60여만원.1년에 7백만원 가량을 들여 구입한 가전제품은 VTR에서부터 PDA에 이르기까지 10여종이 넘는다. 맘에 드는 신제품이 나오면 일단 사고본다. 이때문에 평소 여자친구로부터 "멀쩡한 제품이 있는 데 왜 또 사냐"는 핀잔을 적지않게 들었지만 "일단 사고 나중에 판다"는 조씨의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 조씨처럼 남들보다 빨리 신제품을 사서 써봐야 직성이 풀리는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족이 늘고 있다. 얼리어답터란 제품수용주기에서 가장 먼저 제품을 사는 첫번째 소비자군을 말한다. 얼리어답터는 특정 제품군을 파고드는 마니아와 달리 e토이,PDA,노트북,모형장난감,가전기 등 영역을 넘나들며 물건을 구입한다. 이들의 특성은 일단 맘에 드는 제품은 가격을 따지지않고 구입하고 제품설명서를 읽지않는다는 것이다. 제품의 성능을 "체득"할때까지 모든 것을 몸으로 부딪힌다. 인터넷의 등장은 얼리어답터족에게 정보공유와 영향력이라는 양 날개를 달아줬다. 인터넷을 통해 신제품의 출시확인은 물론 게시판에 올리는 사용후기는 구전을 타고 네티즌들에게 급속히 전파되기때문에 제조회사들의 두려워하는 "소비자보고서"나 다름없다. 국내 최초의 얼리어답터 사이트인 "얼리어답터"(www.earlyadopter.co.kr)는 국내 얼리어답터들을 한곳으로 묶는 사랑방역할을 하고 있다. 최문규(32)씨가 지난해 8월에 문을 연지 10개여월만에 회원수가 4만명으로 늘었다. 휴대폰,피디에이,노트북 부터 수백만원짜리 로봇애완견에 이르기까지 온갖 잡다한 제품의 자료가 올라온다. 최씨는 "이전에는 중소기업들이 신제품을 출시하면 주로 보내왔으나 얼리어답터의 활동이 알려지면서 대기업들도 제품사용해 후 리뷰를 부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초기에는 새로운 제품을 끊임없이 구입하는 얼리어답터의 소비행태에 대한 비판의 시선도 없지않다. 얼리 어답터라면 누구나 초반에 겪는 "신고식"이다. 모형인형과 가전제품을 집중적으로 구입하는 김진철(28.자영업)씨는 "얼리 어답터도 합리적인 소비를 한다"며 "술 담배는 물론 평소 좋아하던 여행까지 줄여가며 용돈을 확보해 제품을 구입한다"고 말했다. 빨라진 디지털제품의 라이프사이클은 얼리어답터의 구매욕을 끊임없이 자극한다. 할부금을 채 갚기지도 전에 새 제품을 구입하지만 제품이 직접 눈앞에 펼쳐질때,성능이나 디자인이 자신의 기대를 뛰어넘을 순간,얼리어답터들은 희열을 맛본다. 최첨단 제품의 홍수속에 사는 동안 자신도 모르는 새 얼리어답터족과 동일한 소비패턴을 갖고 있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멀쩡한 휴대폰을 시시때때로 바꾸는 사람,새 제품을 보면 구입하지 않고는 못배기는 사람이라면 얼리어답터 자가테스트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 -------------------------------------------------------------- 나도 얼리어답터? 무언가 사고싶은데 못사서 밤에 잠을 잘 못잔다. 내일 제품을 받기로 되어있는데 밤이 너무 길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한 제품을 죽도록 클릭만하다가 구입하지 않았던 경험이 있다 새로운 물건을 자주사서 주위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는다 박스는 처분하지 않고 잘 모셔두는 편이다. 남들이 다 사는걸 따라사지않는다. 내 물건을 주변사람들에게 자랑하는것을 즐긴다. 내 형편보다 항상 사고싶은 물건이 비싼경우가 많다. 제품에 대한 애착이 커서 실망이 컸던 경험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