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BT)와 정보기술(IT)이 어우러진 BIT등 융합기술들이 속속 선보이고 있다. 나노기술(NT) 개발경쟁도 가열되고 있다. 미래 핵심기술이 국가 경쟁력을 결정짓는 시대를 맞고있다.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첨단기술개발의 주역인 국내외 석학들을 만나본다. .............................................................................. "유전자 치료법이야말로 암을 정복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입니다.항암제가 가진 강한 독성으로 인해 생기는 부작용을 유전자 치료법을 통해 막을 수 있기 때문이죠." 지난 1일 서울대 유전공학연구소가 마련한 '유전자치료 심포지엄'에서 '유방암의 유전자치료 임상시험'을 발표한 일본의 재단법인 암연구회 스기모토 요시카즈 박사(44)는 유전자 치료법의 안전성과 잠재력을 이같이 강조했다. 스기모토 박사는 일본에서 암 유전자 치료의 최고 전문가다. 그는 일본에서 처음으로 유전자 치료법을 통해 유방암이 폐까지 전이된 환자를 완전히 치료했다. 도쿄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스기모토 박사는 2년 전 일본 후생노동성에서 임상시험 허가를 받아 실시한 첫번째 임상시험 대상 환자로부터 '암 완치'라는 성과를 올렸다. "현재 다른 한명의 환자를 임상시험중이고 앞으로 8명을 더 임상시험할 수 있도록 허가를 받았죠.임상시험 조건과 맞는다면 한국인이나 재일교포중에서도 지원자(암환자)가 나설 경우 받아들일 생각입니다." 스기모토 박사의 유전자 치료법은 암환자에게 사용되는 항암제의 부작용을 없애주는게 핵심이다. 항암제는 강한 독성으로 인해 환자의 조혈모세포(혈액을 만드는 엄마세포)를 죽이는 결정적인 부작용이 있다. 스기모토 박사는 약(항암제)에 대한 내성을 키워주는 유전자인 '약제내성유전자(MDR)'를 조혈모세포에 집어넣어 항암제 치료를 받더라도 죽지 않게 하는 유전자 치료법을 개발했다. "지금까지 실시한 임상시험에선 안전성을 위해 환자의 혈액에서 채취한 조혈모세포의 3분의1에만 MDR를 집어넣었습니다.하지만 이를 통해 안전성을 확인한 만큼 다음 임상시험에선 나머지 3분의2에까지 MDR를 집어넣을 계획입니다." 스기모토 박사는 유방암에 이어 악성림프종을 대상으로 연구할 예정이다. 그는 또 지금까지의 연구결과를 상업화하기 위해 일본 생명공학기업과 협의중이다. 지난 5년동안 일본에선 5∼6건의 유전자치료 임상시험이 진행됐다. 그리고 올 들어서만 5∼6건이 새로 시작돼 급증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은 유전자치료 임상시험이단 한건만 진행되고 있다. 스기모토 박사는 "현재 서울대 유전공학연구소와 함께 MDR를 이용한 유전병치료에 대한 연구를 실시하고 있다"며 "앞으로 한국기업 및 연구자들과의 공동작업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항암제 등 기존 치료법에 유전자 치료법을 적절하게 조화시켜 암 정복의 꿈을 이루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 [ 용어풀이 ] 유전자 치료법=사람의 유전자를 통해 질병을 치료하는 방법이다. 예를들어 혈우병 환자에게 부족한 혈액응고인자를 만드는 유전자를 주입해 병을 치료한다. 세계적으로 유전자 치료제가 개발돼 첫 임상시험이 시작된지 12년째를 맞아 6백여건의 임상시험이 진행중이지만 그 성공사례는 아직 손으로 꼽을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