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현지시간) 노르웨이 스발바드 군도에서 문을 연 북극다산과학기지는 비록 40여평 규모의 상주 인원조차 없는 작은 연구소지만 북극 진출을 위한 교두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북극 연구를 시작한 지 불과 2년여만에 세계에서 8번째로 남, 북극에 모두 연구 기지를 확보한 데 이어 최근 세계북극과학위원회(ISAC)에까지 가입함으로써 북극 연구를 가속화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북극은 남극과 달리 대부분의 땅이 주변국 영토에 속해 있어 연구 활동에 상당한 제약을 받고 있다. 이 지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냉전을 거치면서 군사적 이유로 관련국 외에는 전혀 개방되지 않았다가, 지난 87년 고르바쵸프 구 소련 대통령이 무르만스크 선언을 통해 북극 평화지역 설립을 제안하면서 연구가 시작됐다. 우리나라가 지난 88년 남극에 세종과학기지를 설치한 이후 14년여만에 북극 연구기지를 설치하게 된 것은 이런 배경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다산기지 설치와 ISAC 가입은 국제 사회에서 북극 연구를 위한 권리를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의미도 갖고 있다. 한국해양연구원은 다산기지에서 북극권의 기상, 고층대기, 해양생물 분포 상태 등 북극의 기초 현황을 면밀히 연구한 뒤 핵심 연구과제라 할 수 있는 자원 및 항로개발에까지 연구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지상으로부터 90km 상공에서 실시되는 고층 대기 연구는 지구온난화 연구는 물론 우리나라의 인공위성 운영에도 활용될 전망이다. 이외에 연구원은 북극권 생물체로부터 유전자 등을 추출해 의약품 개발에 활용하는 바이오 연구도 수행할 예정이다. 북극은 극지탐사 기술이 발달하면서 새로운 자원의 보고로 각광받고 있다. 미국은 자국 석유 생산량의 20%를 알래스카 북쪽 유전지대에서 생산하고 있으며, 캐나다-미국 인접 지역에는 4조5천㎥의 천연가스가 매장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동쪽 베링해협에서 서쪽의 무르만스크까지 5천400㎞에 이르는 항로는 극동과 유럽을 연결하는 새로운 항로로 주목받고 있다. 쇄빙선 확보, 도로 개설 등 배후 부지 개발이 완료되면 기존 항로의 운송 기간을 40% 가량 단축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수에즈 운하 폐쇄 등 만약의 사태에도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양연구원 관계자는 "앞으로 북극 주변국과 정부 차원의 협력이 확대될 것에 대비해 다산기지를 북극 전초 기지로 확대 운영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광철기자 gcm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