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BT) 정보기술(IT) 나노기술(NT)등 미래 핵심기술확보 경쟁이 뜨겁다. BT와 IT가 융합된 BIT등 퓨전(Fusion)기술 개발도 본격화하고 있다. 과학기술의 중요성이 갈수록 더해지고 있는 것이다. 올해로 서른다섯번째를 맞은 "과학의 날(4월21일)"은 종전과 다른 특별한 의미를 갖고있다. 과학기술자들의 사기저하와 청소년들의 이공계지원 기피현상 등을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있는 것이다. 선진국 수준의 과학기술력을 키우면서 과학기술에 대한 인식을 바꿔놓아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한국 과학기술의 현주소=국내 과학기술 수준은 지난 반세기동안 눈부시게 발전해 왔다. 한국은 IT와 BT 등 일부 첨단과학기술 분야에서 선진국을 앞지르고 있다. 국내 과학기술분야 연구개발비는 지난 67년 48억원에서 지난 2000년엔 13조8천4백90억원으로 3천배 가까이 늘어났다. 물가인상률을 감안해도 엄청난 증가다. 연구원수는 지난 67년 3천2백58명에서 2000년엔 15만9천9백명으로 늘어났다. 국내 과학기술 수준도 크게 높아졌다. 국내 과학자들이 논문이 질적,양적으로 꾸준히 향상되고 있다. 지난해 과학기술 논문의 질적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에 실린 국내 과학자 논문수는 1만4천1백62편으로 조사됐다. 지난 60~70년대엔 연간 수십편에 불과했다. 국가별 전년대비 SCI 논문 증가율은 한국이 17.9%로 세계 1위를 차지하는 성과를올렸다. 전세계에서 발표된 논문에서 국내 과학자가 쓴 것은 지난 2000년 1.37%에서2001년엔 1.53%로 높아졌다. 최근엔 세계적인 학술지에 논문이 게재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올들어서만 벌써 10여편의 논문이 네이처 사이언스 셀 등에 발표돼 전세계 과학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국내 과학기술 발전에서 정부 정책이 기초가 됐지만 민간연구소 역할도 컸다. 민간연구소 1만개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을 정도로 민간연구소가 한국 과학기술발전에 견인차 역할을 했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민간연구소는 작년말 9천70개에 달했다. 지난 2000년 민간연구소가 5천개를 돌파한 후 불과 2년만이다. 이동주 산기협 선임연구원은 "이런 추세라면 올상반기엔 민간연구소가 1만개를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특히 "민간연구소는 이미 국내 기술개발 핵심주체로 자리잡았다"며 "민간연구소가 국내 연구개발비의 80%,연구인력의 55%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간연구소에서 근무하는 박사급 연구원도 지난 10년새 4배이상 늘었다. 산기협이 최근 국내 기업부설연구소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박사급 연구원이 지난 92년 1천3백73명에서 올해 6천2백75명으로 약 4.6배 증가했다. 새로운 도약의 시기=국내 과학기술이 불과 반세기만에 크게 발전했지만 최근들어 이상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과학기술자의 사기 저하와 이공계 기피현상이 바로 그것이다. 지금 당장은 괜찮을 수도 있지만 앞으로 한국과학기술이 어떻게 될 지를 가늠하기가 만만치않다는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과학기술자가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우수한 청소년들이 의대와 법대로 몰리는 현실에서 우수한 과학기술자가 나오기를 기대하기 어렵다. 일부에서는 "한국의 과학기술계가 커다란 위기를 맞고있다"고 지적한다. 김대중 대통령은 최근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정부는 그동안 과학의 발전을 위해 과학자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일관되게 노력해 왔지만 성과는 미흡하다. 과학자들에 대한 주변의 인식과 평가도 낮다. 청소년의 이공계 진출이 줄어들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라고지적했다. 지난해 과학문화재단이 조사한 자료에서도 과학기술계의 위기를 감지할 수 있다. 한.미 양국간의 과학기술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와 이해도를 조사한 결과 과학기술에 대해 관심을 가진 국민층이 미국은 44%인 반면 한국은 12%에 그쳤다. 김 대통령은 또 "21세기는 과학기술의 발전 여부가 미래를 결정한다"며 "세계적인 일류제품을 만들어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과학기술의 힘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과학기술계에서도 "이제는 새로운 도약이 필요한 때"라고 입을 모은다. 과학기술 위기를 극복하고 새롭게 도약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학기술자들이 연구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과학기술자가 의사나 판.검사보다 대우받는 사회,청소년들이 과학기술자를 꿈꾸는 세상이 올 때 한국 과학기술이 도약할 수 있다. 김경근 기자 choi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