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오후 6시30분 서울 하나은행 본점 강당. 머리가 희끗한 중년들이 잇따라 모습을 드러냈다. 간간이 앳된 얼굴의 20대도 눈에 띄었다. 갖가지 모습이었지만 한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호기심에 가득 찬 반짝이는 눈동자였다. 피곤한 일과 후 달콤한 휴식을 마다하고 한자리에 모인 이들이 바로 '과학독서아카데미' 회원이다. 서른여섯번째로 열린 이날 독서토론회에는 70여명이 참석했다. 회원들은 '암과 싸우지 말고 친구가 돼라'는 책의 저자인 한만청 전 서울대병원장의 강연을 한시간 동안 들었다. 그런 다음 열띤 토론에 들어갔다. '효과적인 암 조기 진단방법','안락사 문제' 등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았다. 이날 참석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김준한씨는 "과학을 전공하지 않은 일반인들에게 과학에 대한 지식을 넓힐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게 과학독서아카데미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김씨는 대학을 갓 졸업한 딸 김진희씨와 자리를 함께했다. 과학독서아카데미 창립 회원인 김준한씨의 딸은 아버지를 따라 한번 참석한 후 회원이 됐다. 김진희씨는 "사회 경험이 풍부한 회원들과 토론하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5월 모임의 강사로 뽑혀 미리 분위기를 알아보기 위해 참석한 김익철 인포클루 이사는 "진지하게 토론하는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다"고 전했다. 이용수 회장은 "앞으로 과학독서아카데미의 전국 네트워크를 구축해 과학도서 읽기운동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중년을 중심으로 하고 있는 회원들을 젊은 층으로 넓혀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독서아카데미의 회원은 현재 1백70여명. 대학교수에서부터 출판사 사장,주부,대학생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과학독서아카데미는 매달 독서토론회를 갖는다. 두달에 한번씩 뉴스레터도 발행한다. 1년에 두차례씩 과학기술 현장을 둘러본다. 과학독서아카데미는 지난 99년 출범한 이래 지금까지 매달 셋째 화요일에 독서토론을 벌인다. 달마다 선정된 과학도서를 읽고 대화하며 토론한다. 때론 저자를 초청해 강연을 듣고 직접 궁금증을 풀기도 한다. 최근 이공계 기피현상 등과 맞물려 과학독서아카데미의 활동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있다. 전국민이 과학기술의 필요성을 공감할 때 이공계 기피 문제가 해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경근 기자 choi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