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계기 생산업체 위다스(www.withus.re.kr)의 박춘호 사장(48)은 1996년 한 이동통신 업체에 중계기 발주를 요청하러 갔다가 황당한 질문을 받았다. "도대체 중계기가 뭐냐"는 것이었다. 당시엔 이동통신 업체 사람들조차 기지국과 단말기만 있으면 중계기가 없어도 이동전화가 되는 줄 알았다. 중계기는 전파가 도달하지 못하는 건물 내부나 지하공간과 같은 음영지역에서도 통화가 가능하게 도와주는 장비. 이동통신 시장이 지금처럼 커진 데는 어디서든 잘 터지게 하는 중계기와 이 중계기 시장을 일군 박 사장의 공이 컸다. ◇ CDMA 신화의 주역 =박 사장은 "우리나라가 이룩한 'CDMA(부호분할다중접속) 신화'의 주역은 바로 중계기"라고 주저없이 말한다. 곳곳에 들어선 중계기 덕분에 이동전화 품질이 획기적으로 좋아졌고 CDMA 내수시장이 이용자 수 2천8백만명으로 급성장했으며 이를 발판으로 해외에서 'CDMA 벨트'를 구축할 수 있게 됐다는 얘기다. 이동통신 시장의 성장은 중계기 시장의 활황으로 이어졌다. cdma2000 1x에 대한 투자가 거의 끝난 지난해엔 시장 규모가 3천억원대로 축소되긴 했지만 1998~99년에는 연간 8천억원에 달해 수요를 맞추기 힘들 정도였다. 위다스의 매출도 1999년 67억원에서 2000년에는 2백12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작년에는 2백75억원으로 급증세가 둔화되긴 했지만 위다스는 올해 중국과 미국 시장을 뚫어 5백20억원의 매출을 올릴 계획이다. ◇ 중국은 이제 내수시장 =연평균 2백% 이상의 초고속 성장을 지속해 온 위다스는 IMT-2000(차세대 영상이동통신) 사업이 예상보다 늦어지자 눈을 해외로 돌리고 있다. 올해는 매출 목표의 60∼70%를 해외에서 벌어들인다는 야무진 계획도 세웠다. 지난해 처음으로 57억원 규모의 수출을 달성한 것이 자신감의 밑천이 됐다. 박 사장은 그러나 수치 목표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는 "중국을 이제 해외시장으로 생각해선 안된다"며 "내수시장이라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래서 중국인의 정서 사고방식 문화 등을 먼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한다. 또 이들과 '장사'를 하려면 '인간 박춘호'를 전면적으로 알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제품을 수출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수출해야 한다"는 얘기다. ◇ 종합 통신장비 업체로 도약 =위다스는 벤처기업대상, 중국 CDMA장비 수출공로상,작년 정보통신부 선정 '올해의 중소 정보통신기업 최우수상'을 받았다. 박 사장도 지난 2월 전경련 선정 '최우수 벤처경영인상'을 수상했다. 중계기 분야 연구 개발과 실적을 높이 산 것이다. 그러나 위다스는 중계기에 만족하지 않고 무선네트워크시스템, 디지털TV 방송시스템, 초고속영상 전송, ITS(지능형교통시스템) 등으로 사업을 넓히고 있다. 종합 통신장비 업체로 도약하기 위해서다. 박 사장은 창업 5년 만에 이런 성과가 나온 것은 직원들이 헌신한 결과라고 강조한다. 그는 "회사 이름을 위다스(Withus.'우리와 함께'란 뜻)라고 짓긴 했지만 초창기 월급을 받았다고 해놓고 실제로는 받아가지 않았던 직원들의 주인의식이 오늘의 위다스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장규호 기자 sein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