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정서영 박사 연구팀은 인슐린을 먹는 약으로 만들 수 있는 약물 전달체 '나노 큐비클'을 개발했다고 21일 밝혔다. 이번에 개발된 나노 큐비클을 이용하면 소화기관을 통한 인슐린 흡수율을 기존의 정맥주사 방법에 비해 약 30%까지 끌어올릴 수 있어 먹는 인슐린 개발이 가능해졌다. 정 박사 연구팀이 개발한 나노 큐비클은 단백질의 일종인 모노 올레인과 에탄올, 프로필렌 글리콜로 만들어진 지름 300㎚ 정도의 알갱이로 인슐린 분자가 이 알갱이 안에 자리잡게 된다. 나노 입자들이 인슐린 분자를 보호하기 때문에 인슐린이 위산이나 소화효소의 영향을 적게 받으면서 장에서 흡수될 수 있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 또 인슐린을 주사로 투여했을 때는 혈중 인슐린 농도가 빠르게 증가했다가 역시 빠르게 감소해 하루에 2~3번씩 주사를 맞아야 했지만 나노 큐비클을 이용한 먹는 인슐린의 경우 하루 한번 먹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사람의 이자에서 분비되는 호르몬 가운데 하나인 인슐린은 혈당량을 낮추는 기능을 하는 대표적인 당뇨병 치료제이지만 먹을 경우 위나 장을 지나는 과정에서 대부분 파괴되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주사제만 이용됐다. 따라서 세계 각국에서 먹는 인슐린 제제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해 왔지만 지금까지는 미국 퍼듀대에서 개발한 흡수율 16%짜리 고분자 복합체가 가장 성능좋은 인슐린 제제였다. 현재 관련업계에서 먹는 인슐린의 흡수율이 10% 이상이면 상품가치가 있다고 인정되고 있다. 정 박사는 "임상실험이 원활하게 진행되면 앞으로 3년 안에 먹는 인슐린이 상용화될 것"이라며 "앞으로 칼시토닌 등 다른 단백질계 약물들을 전달할 수 있는 물질을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유럽 당뇨학회지'(Diabetologia) 3월호에 게재됐다. (서울=연합뉴스) 김세진기자 smi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