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독일 하노버. 세계적인 IT(정보기술) 전시회인 '세빗 2002' 전야제에 참석한 독일 슈뢰더 총리는 축사을 통해 한국을 세계적인 IT강국으로 추켜세웠다. 그는 이날 세빗에 참석하기 위해 전세계에서 모여든 수많은 IT기업 CEO(최고경영자)들에게 "독일은 한국을 제외했을 경우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IT산업이 성장하고 있는 나라"라며 "독일정부는 한국을 따라잡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뿐만 아니다. 선진국가들의 모임인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도 '한국의 IT산업을 벤치마킹하자'는 보고서를 내놨다. OECD는 한국의 초고속 인터넷 인프라가 세계 최고 수준에 달하는 등 모범적으로 정보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국이 이처럼 정보화의 모범 사례로 부각한 것은 정부가 앞에서 끌고 민간기업이 뒤에서 밀면서 'IT강국, e코리아'를 만들기 위해 땀흘려온 결과다. 국민의 정부는 정보화의 중요성을 한발 앞서 인식, '산업화는 늦었지만 정보화는 앞서가자'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정보화 촉진 5개년 계획을 수립해 국가 정보화 전략을 제시하고 이를 강도 높게 추진했다. 민간기업들은 이에 동조해 세계적인 IT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IT강국 e코리아'의 성과는 초고속 인터넷 보급과 CDMA(부호분할다중접속) 산업에서 잘 드러난다. 불과 몇년 전만 하더라도 초고속 인터넷은 일부에만 보급됐지만 지금은 가입률이 55.2%로 전체가구의 절반 이상인 8백여만 가구가 초고속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다. 1만4백여개에 달하는 전국의 초.중.고교가 인터넷을 무료로 이용중이다. 초고속 인터넷 가입률이 13.1%인 미국이나 6.3%에 그친 일본을 훨씬 앞서는 수준이다. 정부는 초고속 인터넷망을 연말까지 전국 모든 면지역까지 확대, 가입자를 1천만가구(전체가구의 70%)로 늘릴 계획이다. 초고속 인터넷 인프라 구축은 이를 활용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새로운 산업과 기업을 탄생시켰다. 초고속 인터넷 솔루션은 물론 인터넷전화와 인터넷뱅킹, ASP(소프트웨어임대), 전자상거래, 포털, 정보보안, 사이버복권, 인터넷방송, 웹에이전시 등이 바로 그것. 이들 새로운 IT벤처기업은 거품 논쟁과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뛰어난 인프라를 배경으로 이제 세계적인 기업으로의 도약에 불을 지피고 있다. 외국기업들도 막 개발을 끝낸 첨단 제품을 인프라가 잘 깔린 한국에서 시험하는 등 한국을 테스트 베드(시험장소)로 활용하고 있다. 초고속 인터넷 인프라를 구축하면서 빠트릴수 없는게 한국이 초고속 인터넷 장비와 솔루션 수출 국가로 부상했다는 점이다. 세계 유선통신업체들은 한국의 인터넷 비즈니스 경험을 앞다퉈 배우는 추세다. KT(한국통신) 등 인터넷 솔루션 수출 성공 사례도 나오고 있다. 이동통신 분야에서도 성과가 눈부시다. 한국이 CDMA방식 이동통신서비스와 장비의 종주국이 된 것이다. 정부가 CDMA 방식을 국내 표준으로 도입, 강력히 육성한 결과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앞서 초고속으로 데이터를 주고 받을 수 있는 3세대 CDMA 서비스를 하는 나라가 됐다. 이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몽골 중국 캄보디아 베트남 등에 CDMA 장비와 휴대폰, 운용 노하우 등을 수출해 CDMA 벨트를 만드는 야심찬 계획도 민.관 공동으로 추진중이다. 정부와 국내 IT 기업들은 여기서 나아가 '2002 한.일 월드컵'을 명실상부한 IT강국과 세계적 IT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회로 삼을 계획이다. 월드컵 기간을 활용해 휴대폰으로 동영상을 즐길수 있는 3세대 이동통신 서비스와 디지털TV 등 한국의 앞선 IT산업을 알릴 방침이다. 또 언제 어디서나 유선은 물론 휴대폰 PDA(개인휴대단말기) 노트북PC 등 무선기기로 인터넷을 활용할수 있도록 유.무선 초고속 정보통신 인프라 구축 작업도 착착 진행되고 있다. 디지털TV를 세계적인 수출 상품으로 육성하는 방안도 마련해 추진중이다. IT산업은 지난해 1백50조원어치가 생산돼 GDP(국내총생산)의 12.7%를 차지했다. 올해는 1백70조원으로 14.4%로 높아질 전망이다. 수출은 지난해 3백84억달러로 전체 수출의 25.5%에 달했으며 올해는 5백10억달러(전체의 31.2%)를 목표로 하고 있다. 무역흑자는 작년 1백6억달러에서 올해 1백50억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정보통신부 김창곤 정보화기획실장은 "IT 분야에선 한국이 일본을 앞질러 세계에서 처음 비즈니스화에 성공하는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며 "20세기엔 산업화에 늦은 까닭에 식민지의 비운을 겪었지만 21세기는 앞선 정보화를 배경으로 한국이 세계 일류국가로 도약할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현철 기자 hc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