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SI(시스템통합)업체에서는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미들웨어의 성능을 비교하기 위해 장기간 테스트를 했는데 티맥스소프트라는 국내 벤처기업의 제품이 세계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미국 업체의 제품에 비해 20%나 우수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테스트 결과는 인트라넷에 올려졌고 사원들은 "도대체 티맥스가 어떤 회사냐"고 물으며 놀라워했다. 미들웨어란 서버와 클라이언트(서버에 접속된 컴퓨터)가 데이터를 원활하게 주고받을 수 있게 지원하는 시스템 소프트웨어.인터넷이 널리 보급되면서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만큼 중요해졌으나 고도의 기술이 필요해 독일이나 일본업체들도 아직 개발해 내지 못했다. 티맥스 미들웨어의 성능이 세계적인 제품보다 좋게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에도 선재팬이 성능을 비교하고 나서 티맥스 제품을 사갔고 최근에는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일본기업이 티맥스 제품을 선택했다. 티맥스 임직원들은 자사 제품이 미국산보다 낫다고 장담한다. 그래서 예비고객이 나타나면 "성능을 비교할 기회를 달라"고 요구한다. 티맥스소프트의 미들웨어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네트워크의 데이터 소통량을 조절하는 TP모니터(제품명 티맥스),웹언어로 전달된 명령을 처리하는 웹서버(웹투비),자바 기반의 안정적인 시스템 운영을 지원하는 웹애플리케이션 서버(WAS·제우스)가 바로 그것.세계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미국업체도 이 세 가지 제품 전부를 자체 개발하진 못했다. 물론 티맥스소프트라고 미들웨어를 쉽게 개발한 것은 아니다. 이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사람은 이 회사 창업자이자 현재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고 있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박대연 교수(46)다. 박 교수는 미들웨어 개발에 몰두하느라 '소프트웨어에 미친 사람'이란 말도 들었고 휴일도 결혼도 심지어 가족의 사랑까지도 포기해야 했다. 박 교수는 전남 담양의 가난한 농가에서 장남으로 태어났다. 초등학교를 나온 뒤엔 광주에 있는 운수회사에서 사환으로 일하면서 밤에 동성중학교와 광주상고를 다녔다. 상고는 수석으로 졸업했다. 그 덕에 한일은행 서울 본사에 취직했고 전산부에서 13년간 근무하며 다섯 명의 동생들을 대학까지 보냈다. 자신은 서른이 넘은 나이에 미국으로 건너가 6년반 만에 학사 석사 박사(컴퓨터 사이언스) 과정을 마치고 귀국해 KAIST 전자공학과 교수가 됐다. 박 교수는 은행 전산부에서 일할 때부터 대량의 데이터를 순조롭게 처리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싶었다. 그래서 대학강단에 선 이듬해인 1997년 회사를 설립했고 약 2년 만에 TP모니터를 개발해 냈다. 당시 미국업체는 자기네가 25년에 걸쳐 개발한 제품을 한국의 한 벤처기업이 2년 만에 개발했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시비를 걸기도 했다. 박 교수는 이어 제자들을 끌어들여 연구진을 구성했고 내친 김에 WAS와 웹서버까지 개발했다. 티맥스소프트는 영업 첫 해인 2000년 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에는 대한민국기술대상 벤처기업대상 서울벤처대상 장영실상 등을 받았다. 세계 일류상품으로도 선정됐다. 성능의 우수성을 공인받은 셈이다. 티맥스는 올해를 '도약의 해'로 정했다. '국산 소프트웨어로 세계를 정복한다'는 슬로건도 내걸었다. 매출 목표는 지난해의 4배에 가까운 3백억원으로 늘려잡았다. 이 회사의 목표는 오라클 못지않은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업체가 되는 것이다. 김광현 기자 k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