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민간기업연구소 1만개 시대가 열린다. 21일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에 따르면 외환위기 전인 96년 말에 2천6백10개였던 민간연구소는 지난해 말 9천70개로 5년새 3배 이상 늘어난데 이어 올 7월께엔 1만개를 무난히 돌파할 전망이다. 지난 2000년 말에 민간연구소가 5천개를 넘어선 후 2년도 채 안돼 새로운 기록을 세우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민간연구소가 급증하고 있는 것은 98년부터 일기 시작한 벤처열풍에 힘입은 것으로 풀이된다. 외환위기 후 대기업에서 나온 연구인력들이 대거 창업에 나서면서 부설 연구소를 잇따라 세웠다. ◇닷컴이 연구소설립 주도=산기협 조사에 따르면 외환위기가 본격화된 지난 98년 한햇동안 신규 설립된 연구소의 30%가 대기업에서 분사한 벤처기업에 소속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000년 한햇동안 설립된 2천3백여개 민간연구소 가운데 44%가 창업 후 1년안에 설립된 것으로 밝혀졌다. 신생 닷컴들이 연구소 설립의 주역을 맡았다는 분석이다. 이동주 산기협 선임연구원은 "닷컴 연구소를 중심으로 한 민간기업연구소가 국내 연구개발비의 80%,연구인력의 55%를 각각 차지할 정도로 이미 국내 기술개발의 핵심으로 자리잡았다"고 설명했다. ◇설립요건 완화=민간연구소 급증 배경에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도 한몫 했다. 현재 민간연구소로 지정되면 각종 세제지원 혜택이 주어지는 것은 물론 연구기자재를 수입할 경우 80%까지 관세감면 혜택을 받는다. 또 병역특례기관 지정,지방세 감면혜택도 주어진다. 여기에다 지난해부터는 설립요건도 완화됐다. 민간연구소 인정기관인 산기협에서는 지난해 연구소 설립요건중 연구원 숫자를 종전 5인 이상에서 2인 이상으로 낮췄다. 따라서 창업한지 5년 이내의 벤처기업이 2명의 연구원만 있으면 연구소를 설립할 수 있게 됐다. ◇연구소 난립에 따른 부작용=연구소 지정에 따른 각종 혜택을 누리기 위해 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채 연구소를 설립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실제 벤처기업들 가운데 병역특례요원 2명만 갖춘 채 연구소 지정을 신청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산기협 관계자는 "연구소를 신청하는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실사한 결과 요건을 갖추지 못해 취소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며 "부작용을 막기 위해 설립요건을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민간연구소가 지금까지의 양적성장에서 탈피,이제부터는 질적성장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경근 기자 choi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