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치대, 한의대 등 의과계열 '지원러시'와 이공계 기피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우수 과학인력을 조기에 양성하자는 취지에서 설립된 과학고에서 마저 의과계열에 대한 이상 과열조짐이 확산되고 있다. 15일 일선 과학고에 따르면 2002학년도 대학 입시에서 일부 과학고의 경우 졸업생의 30∼40%가 의대에 진학했고, 대다수 과학고에서 해마다 의과계열 진학자가 급증하고 있다. 과학고내 의과계열 열풍은 특히 상위권 학생을 중심으로 두드러지고 있으며 의대 진학을 위해 일찌감치 자퇴를 하거나 교차지원으로 인문계 수능을 치른 뒤 의대에 지원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 의과계열 선호현상 가속화 = A과학고의 경우 대학진학이 확정된 3학년 졸업생 50명 가운데 20% 가까운 9명이 서울대와 연대, 한양대, 경희대, 성대, 가톨릭대 등 의.치대에 등록, 지난해보다 의.치대에 진학한 경우가 2배 가까이 늘었다. 이들중 대다수는 복수합격자로 대학간판보다는 전공을 선택했으며 서울대 진학자 5명 중 1명을 제외한 4명이 의대 진학자였다. 충남 B과학고도 지난해 9%(3명/33명)에 그쳤던 의.치대와 한의대 등 의과계열 진학자가 올해 37%(13명/35명)로 급증했고 전남 C과학고와 경북의 D과학고도 의과계열 등록자가 지난해 각각 8.9%(4명/45명)와 20.9%(9명/43명)에서 올해는 각각 21.4%(12명/56명), 34%(18명/53명)로 학교별로 많게는 4배이상 늘었다. 특히 이러한 의과계열 선호현상은 상위권 학생을 중심으로 두드러지게 나타나 이들 우수인력들의 순수 이공계 대거 조기이탈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서울시내 한 과학고 3학년 부장은 "예년에는 상위권 학생 10명 가운데 의.치대희망자는 1∼2명에 그치는 수준이었으나 이번 고3졸업생의 경우는 10명중 7∼8명 정도가 의과계열을 선호할 정도로 의과계열 지망자가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방의대.교차지원 불사, 조기 자퇴급증 = A과학고의 경우 최근 들어 의대진학을 위한 자퇴가 급증, 지난해말 모두 25명이 자퇴원을 냈다. 의과계열 과열조짐은 `일단 의대에 들어가고 보자'는 심리로 이어져 지방의대나 교차지원까지 가리지 않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 B과학고의 의대진학자 10명 중 2명은 복수합격한 서울시내 주요대학 대신 지방의대를 선택했고 D과학고도 포항공대 합격자 중 2명이 지방 치대와 의대로 갔다. ◇일선 과학고 고민 = 상황이 이렇다보니 상당수 과학고들이 교장까지 직접 나서 신입생을 상대로 과학고의 특수성을 홍보하며 이공계 진입을 적극 권장하고 있으며 의과계열 진입 자제를 내부지침으로 만들거나 의대진학 제한을 입학자격 자체에 명시할 것을 검토하는 학교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IMF이후 계속된 이공계 취업 불안정 심화와 서울대 비교내신제 폐지로 '서울대에 가지 못할 바에야 타대학 의대에 들어가는게 낫다'는 심리가 팽배해지면서 달아오를데로 오른 의.치대 열풍을 막을 방법은 딱히 없는 실정이다. 한 과학고 교사는 "우수한 과학영재들이 하나둘 빠져나가는 게 가슴이 아프지만 이공계 인력들의 열악한 연구환경과 불투명한 진로들을 생각하면 이들을 무조건 나무랄 수도 없다"며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하루빨리 마련되지 않는 한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미래는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기자 hanks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