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각종 정보화 프로젝트가 덤핑으로 얼룩지고 있다. 예정가의 절반 수준에 낙찰되는 사례가 있는가 하면 정보화계획 수립은 아예 공짜나 다름없는 가격에 낙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야심적으로 추진중인 전자정부 프로젝트가 부실화될 위험이 커지고 있다. ◇덤핑 경쟁 끝이 없다=작년 말 국세청이 발주한 '인터넷 기반 종합국세서비스체제 구축사업'의 경우 삼성SDS가 예정가의 절반 수준인 21억원을 써내 프로젝트를 따냈다. 이에 앞서 행정자치부가 발주한 민원서비스혁신시스템 입찰에서는 두 차례 유찰 끝에 견적가(1백79억원)보다 10억원 적은 금액을 써낸 LG CNS가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덤핑이 만연하면서 1원에 낙찰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해 가을 국방부가 1억원선에 발주하려고 했던 국방통합정보관리소 컨설팅 프로젝트는 1원을 써낸 포스데이타에 돌아갔다. 이 입찰에서는 1원을 써낸 업체가 하나 더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정보화계획(ISP)을 수립하는 사전 컨설팅의 경우 수주가격이 십중팔구 손익분기점을 밑돈다"고 말했다. ◇덤핑 왜 문제인가=시스템통합(SI) 업체들의 덤핑 중에는 시장을 선점하고 후속물량을 따내기 위한 것도 있다. 그러나 외형을 부풀려 업계 순위를 끌어올리기 위한 경우도 적지 않다. SI 업계의 한 최고경영자(CEO)는 이와 관련,"외형을 부풀리기 위한 덤핑은 프로젝트 부실화와 해당업계 전체의 공멸을 초래할 뿐 누구에게도 이롭지 않다"고 역설했다. 시행업체 재량이 크다는 점도 문제다. 정보화 프로젝트에서는 눈에 보이는 건설공사와 달리 발주자가 요구사항을 명확히 기술하기가 쉽지 않다. 문제는 여기서 비롯된다. 업계 관계자는 "지름 20㎝짜리 철근이 필요한 곳에 10㎝짜리를 넣으면 어떻게 되겠느냐"고 반문하고 "발주처 요구사항이 명확하지 않으면 덤핑으로 수주한 업체가 이런 식으로 손실을 만회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책은 없나=SI 업계 CEO들은 한결같이 "지금과 같은 체제로는 덤핑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한다. 가격경쟁을 부추기는 현행 입찰방식이 문제라는 것이다. 한 CEO는 "공정하게 경쟁해 적정한 가격에 수주하도록 하려면 선진국처럼 정부 입찰에 최저가격제를 도입해 이를 밑도는 가격을 써낸 업체는 무조건 탈락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광현 기자 k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