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시스템통합)산업은 흔히 "사이버 건설업"으로 불린다. 눈에 보이지 않는 정보시스템을 구축하는 과정이 가상공간에 건물을 짓는 것과 비슷하다는 의미에서다. 이 "사이버 건설업"이 1970년대 중동건설붐에 버금가는 수출붐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국내 SI업계는 이에 대비,해외 거점을 늘리는 등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다. 아직까지 SI 수출 규모는 미미하다. 지난해 우리나라 SI 수출은 2억달러 남짓으로 추산되고 있다. 2,3년전 거의 제로에 가까웠다는 점에 비춰보면 큰 규모이긴 하나 아직 대형 컨테이너선 한 척 수출분에 불과하다. 하지만 올해부터 수출이 본격화돼 2005년께면 50억달러선을 돌파,수출 효자산업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SI 수출 전망이 밝은 것은 개발도상국들이 정보화를 서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동남아 중동 중남미 등지에서 SI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 국내 업체들의 일감이 부쩍 늘어날 것이라는 얘기다. 개도국들이 요구하는 시스템은 대부분 우리 업체들이 국내에서 충분히 노하우를 쌓았던 것들이다. 더구나 중국 동남아 등 주요 수출국은 문화적인 면에서나 상관행에서 미국이나 유럽보다는 우리와 가깝다. 그만큼 수주경쟁에서 유리하다. 국내시장이 사실상 포화상태에 달한 것도 SI업체들의 눈을 밖으로 돌리게 하는 요인이다. 우리나라 SI시장은 세계시장의 1%에 불과하다. 이 좁은 시장에서 수많은 업체들이 싸우고 있다. 그룹마다 자체 물량을 소화한다는 명목으로 SI업체를 설립하는 바람에 과당경쟁이 불가피해졌다. 원가를 따지지 않고 출혈경쟁을 벌이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국내 SI업체들은 최근 2,3년간 수출을 타진했다. 그 결과 짭짤한 성과도 올렸다. 베트남 중앙은행과 파키스탄 중앙은행의 전산화 프로젝트를 따왔고 필리핀 등기부 전산화 프로젝트도 수주했다. 이런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자신감도 갖게 됐다. 최근에는 세계적인 경기침체에도 아랑곳없이 건당 1억달러짜리 초대형 프로젝트가 속출해 희망을 갖게 하고 있다. 그렇지만 SI 수출이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프로젝트를 수주하기까지 오랜 기간이 걸리고 수주한 뒤 프로젝트를 수행하는데도 수년이 걸린다. 게다가 국내에서 이렇다할 문제 없이 수행했던 프로젝트도 해외에선 쉽게 풀리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따라서 무리하게 프로젝트를 수주했다간 이익도 내지 못한채 회사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을 수도 있다. 특히 국내업체들간의 과당경쟁도 우려되고 있다. 우리 업체끼리 경쟁해 가격을 끌어내릴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이에 대비,과당경쟁을 자율조정하기 위한 민간자율기구로 "SI해외진출협력위원회"가 만들어졌다. 또 정부는 업체별로 전문분야를 조사해 전문분야별.기반지역별 적격업체를 집중적으로 지원키로 했다. SI업계는 체계적인 수출지원체제를 갖춰 효율적으로 운영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개도국들이 정보화를 하고 싶어도 재원이 부족한 만큼 경우에 따라 정부 차원에서 자금지원을 해주고 정보도 입수해 이를 전파해주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김광현 기자 k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