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가장 비슷한 영장류인 침팬지의 게놈이 세계 최초로 분석됐다. 침팬지 유전체 연구 국제 컨소시엄은 3일 침팬지 게놈 지도를 완성했다고 과학분야 권위지인 사이언스 1월호에서 밝혔다. 침팬지 유전체 연구 국제 컨소시엄은 지난해 3월 일본에서 결성됐으며 한국의 생명공학연구원을 비롯해 일본 이화학연구소,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중국 상하이게놈연구소,대만 양밍대,미국 오클랜드연구소 등 6개국의 연구소가 참여했다. 이번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의 박홍석 박사는 "이번 연구결과로 인간의 유전자와 98% 이상 비슷한 침팬지를 대상으로 각종 유전자 실험을 할 수 있게 됐다"며 "인간의 난치병 치료에 전기가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침팬지 유전체연구 국제 컨소시엄의 침팬지 게놈지도 완성은 인간의 불치병을 치료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데 의미가 있다. 침팬지의 염색체수는 48개로 인간(46개)과 흡사하다. "게놈의 크기는 침팬지가 약 3천4백억염기,인간은 3천2백억염기로 구조가 98.77% 동일하다"는 게 컨소시엄측의 설명이다. 전체 게놈에서 인간과 확실한 차이가 나타나는 영역은 약 0.8%에 불과하다는 것. 따라서 인간을 대상으로 할 수 없는 유전자 실험을 인간과 가장 가까운 영장류인 침팬지로 대신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이번 연구는 또 인간과 침팬지의 유전적인 차이를 구체적으로 입증했다는 데도 의미가 있다. 인간과 침팬지의 게놈 정보에서 다른 점과 같은 점을 찾아 인간의 고유한 특성을 명확히 밝혀낼 수 있게 된 것이다. 한마디로 인간과 생체적으로 가장 가까운 동물이면서 지적 활동에선 큰 차이를 보이는 침팬지와 인간의 게놈정보를 비교,해석해 인간만이 갖고 있는 고유한 특색을 결정하는 유전자를 찾을 수 있는 길을 연 것이다. 이에 따라 면역이나 발생등 인간의 고유한 질병 메커니즘을 정확하게 규명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국제 인체게놈프로젝트의 리더인 미국의 콜린스 박사는 "인간게놈을 완벽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침팬지를 포함한 영장류의 게놈해독이 필수적"이라며 "인간게놈 프로젝트는 이제 시작단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침팬지를 포함한 영장류의 게놈 정보는 인간을 질병에서 자유롭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인간게놈 프로젝트를 최종적으로 완성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침팬지 유전체 연구 컨소시엄은 앞으로 침팬지 22번 염색체를 올해 중반까지 완전 해독하고 이 정보를 인간의 21번 염색체 정보와 비교 분석할 계획이다. 알츠하이머 다운증후군 백혈병 등 20여가지 이상의 인체 질환 원인 유전자가 들어있는 인간의 21번 염색체 분석을 통해 의학분야의 획기적인 발전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경근 기자 choi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