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유.무선 통신사업자인 KT와 SK텔레콤이 인터넷업체로 변신을 서두르면서 인터넷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이들이 유.무선 인터넷 플랫폼이나 게이트웨이를 장악하고 인터넷업계가 종속되는 결과를 가져오는 등 파장이 적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음커뮤니케이션 야후코리아 NHN 등 기존 포털업체들은 아직 KT와 SK텔레콤의 도전을 관망하는 입장이다. 막강한 통신 인프라와 자금력을 갖춘 이들이 장기적으로 힘겨운 상대가 될 수는 있지만 당장 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다주긴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포털업체들은 무엇보다 브랜드 파워는 물론 로열티가 높은 고객을 다수 확보한 상태여서 쉽사리 쏠림현상이 나타나진 않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라이코스코리아의 가종현 사장은 "통신업체들이 오프라인에서 끌어들인 고객을 기반으로 온라인 진출에 성공하려면 매력적인 콘텐츠나 서비스를 내놓아야 한다"며 "기존 포털업체들이 온라인 비즈니스 노하우를 토대로 입지를 굳혀 놓은 상태여서 통신업체들과의 싸움에서 그리 불리할게 없다"고 말한다. 더구나 포털업계는 그동안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하는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서비스 질을 상당 수준까지 끌어올려놓은 만큼 서비스 내용으로는 뒤질게 없다고 자부하고 있다. NHN의 이해진 사장은 "인터넷 도입 초기에는 사용자들이 브랜드를 따라 서비스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었으나 지금은 서비스 질을 철저하게 따진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대기업들이 잇따라 인터넷시장에 진출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것도 인터넷포털업체들에 자신감을 심어주고 있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이재웅 사장은 "LG 삼성 SK KT MS 등이 예전부터 포털시장을 장악하려고 시도했으나 사실상 번번이 실패했다"며 SK텔레콤의 유.무선 통합 인터넷서비스인 네이트 뿐만 아니라 KT와 MS의 공조로 조만간 탄생할 통합 포털 서비스도 유사한 전철을 밟을 공산이 크다고 자신한다. 그렇다고 안심하는 것은 아니다. 속내는 대규모 통신업체들의 공략을 경계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인터넷포털업계는 콘텐츠와 통신이 결합하는 세계적 흐름을 타지 못하면 낙오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도 느끼고 있다. 한 관계자는 "대부분의 포털업체들이 확고부동한 콘텐츠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통신서비스업체들이 독점적 지위를 내세워 본격적으로 인터넷사업에 뛰어들면 시장판도가 상당히 변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자금력을 내세워 편리하고 우수한 콘텐츠를 장악하면 업계판도가 순식간 뒤바뀔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인터넷업계에서는 KT SK텔레콤 등 통신사업자들과 손잡고 공동보조를 취하려는 물밑작업이 끊임없이 진행되고 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