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립PC가 설 땅을 잃어가고 있다. 유명 메이커들이 PC 가격을 대폭 낮춘 상황에서 최근 중앙처리장치(CPU)와 메모리 값이 급등,조립PC의 가격경쟁력이 급격히 약화되고 있다. 이에 PC 조립을 그만두고 메이커 대리점으로 전환하는 업자가 속출하고 있다. ◇CPU 메모리 가격 폭등=핵심 부품인 인텔 펜티엄4 1.5㎓ CPU의 값은 최근 석달새 18만원선에서 25만원선으로 40% 치솟았다. 2백56MB 메모리 가격도 한달새 4만1천원선에서 5만4천원선으로 32% 올랐다. 이에 따라 조립PC 원가가 대당 10만원쯤 높아졌다. 문제는 메이커들과 달리 조립PC업자들은 국내 부품 시장 변화에 매우 민감하다는 점이다. 삼성전자 삼보컴퓨터 LGIBM 등 메이커들은 인텔을 비롯한 공급업체로부터 미리 약정한 가격에 안정적으로 부품을 공급받고 있어 시세 변화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이와 달리 조립PC업자는 그때그때 사다쓰고 있어 가격에 따라 원가가 크게 달라진다. ◇조립PC업자들의 딜레마=부품 값이 오른 만큼 PC 값을 올려 팔 수 있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조립업자들은 값을 올릴 수 없는 처지에 빠져 있다. 유명 메이커들이 PC 값을 속속 인하,조립PC의 가격경쟁력이 이미 현저히 약해진 터이기 때문이다. 일부 메이커들은 일부 모델에 대해서는 조립PC보다 낮은 가격에 PC를 내놓고 있다. 조립PC업자들은 임시방편으로 CPU와 메모리를 제외한 다른 부품에서 원가를 낮추고 있다. PC에 종래 쓰던 것보다 값이 싼 부품을 장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런 방법은 장기적으로 조립PC업체들의 입지를 더욱 좁히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한다. ◇메이커 대리점으로 전환=조립PC업자들은 살길을 찾기 위해 앞다퉈 메이커 대리점으로 전환하고 있다. 부품공급업체인 제이씨현이 최근 거래업체 8백여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대기업이나 중견PC업체의 대리점이 70%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6개월전 실시한 조사에서는 이 비율이 40%에 그쳤다. 김경근 기자 choi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