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황우석 교수 서울대 황우석 교수(49)의 어린 시절 꿈은 과학자가 아니었다. 그저 소를 공부하는 사람이었다. "아버님이 일찍 돌아가시고 연약한 어머님께서 6남매를 키우기 위해 소를 기르셨어요. 그러면서 소가 우리 생활과 너무 밀접한 관련이 있는 동물이라는 사실을 무의식적으로 알게 됐죠.홀로 두 세 마리의 소를 이끌고 냇가 둑방에 나갔을 때 소와 인간은 대화가 통하는 동물이라고 여겼습니다. 과학자 같은 차원 높은 꿈은 생각지도 못했죠.소를 공부해 농촌을 잘 살게 만들어보겠다는 생각만 했습니다" 고등학교때 대학 진학을 결정하면서 의대로 가라는 선생님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황 교수는 수의학과를 고집했다. 평생을 소와 함께 사는 운명을 선택한 것이다. "소는 버릴 게 없습니다. 심지어 대변까지도 섬유질이 많기 때문에 땔감으로 사용했으니까요. 그렇다고 소가 멍청한 것도 아닙니다. 동물 가운데 지적 수준이 대단히 높습니다. 자연에서 소는 유용한 풀들만 정확히 골라내 순서대로 섭취합니다. 또 한번 위험을 느낀 장소나 상대를 절대로 잊지 않습니다. 모성애는 눈물겹습니다. 겨울철에 햇빛이 들어오는 방향에 새끼를 두고 암소는 바람을 막아줍니다. 출산시 태(胎)가 나오는데 소는 생명의 위협을 느끼면서도 이 태를 먹어치웁니다. 초식동물인 소에게는 동물성 단백질을 분해하는 효소가 없기 때문에 태는 대단히 위험한 것이고 냄새도 아주 고약합니다. 실제 태를 먹다가 죽기도 하는데 이렇게 목숨을 거는 이유는 태의 냄새를 맡고 새끼의 위치가 노출돼 맹수의 공격을 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소는 절대로 똥을 먹지 않지만 이 때 만큼은 배설물을 완전히 핥아먹습니다" 황 교수는 갑작스레 "신에 대한 경외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과학을 하면서 절대자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해봤습니다. 최근 소의 젖에서 약을 만드는 연구가 상당히 진척됐습니다. 사람의 백혈구에서 약품을 추출해왔는데 너무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유전자 변형을 통해 소의 젖으로 약을 만드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어요. 이런 기술은 사람이 발견하지만 소를 만든 것은 인간이 아니거든요. 또 돼지는 묘하게도 사람과 아주 유사한 장기를 갖고 있습니다. 절대자가 있다면 인간에게 요긴하게 쓰도록 소나 돼지를 만든 것 같습니다" 생명윤리기본법과 관련,종교계와 과학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황 교수는 할 말이 많다. "생명공학 연구가 모든 종교의 교리와 어긋난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신이 창조 능력의 일부를 인간에게 부여했기 때문에 신의 섭리를 거역하지 않는 선에서 연구를 용인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성직자들도 있으니까요. 이번 논쟁은 과학의 발전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겪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복제소 영롱이와 진이를 만든 황 교수는 최근 백두산 호랑이 복제에 도전하고 있다. 지난 93년 함경도 낭림산에서 생포된 호랑이의 체세포를 확보했지만 문제는 암컷 호랑이의 난자를 구할 수 없다는 점이다. 호랑이가 자연배란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난자를 얻을 수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소나 고양이 난자를 이용해 복제를 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현재 다른 동물의 난자를 이용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또 소의 젖으로 약품을 만드는 연구와 함께 돼지의 유전자를 조작,가락토실 트랜스퍼레이스(GT,garactosil transferace)란 면역 유전자를 제거한 돼지를 만들어 인간에게 유용한 장기를 얻는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