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7년 신용카드 조회기를 생산했던 세원텔레콤이 휴대폰 시장에 뛰어들겠다고 선언하자 업계일각에서는 "미쳤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벤처기업이 삼성,LG전자 등 굴지의 대기업은 물론 노키아 에릭슨 모토로라 등 유수의 외국업체와 경쟁한다는 것이 계란으로 바위치는 격이라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4년여만에 세원텔레콤은 맥슨텔레콤(옛 맥슨전자)까지 합병하면서 1천만대의 휴대폰 생산능력을 갖춘 대형 메이커로 급성장했다. ◇막강한 영업력=코스닥시장에서 세원텔레콤에 대해 보수적인 평가를 내리는 애널리스트나 경쟁업체도 세원의 영업능력 만큼은 '가공할' 수준이라고 인정해준다. 휴대폰 수출을 중심으로 지난해 4천억원의 매출을 올린데 이어 올 상반기에만 3천3백억원의 실적을 냈기 때문이다. 유명 해외업체의 이름을 빌려 제품을 공급하는 것도 아니다. 자체의 영업력만으로 중국과 유럽,남미시장의 주요 업체에 공급망을 형성해왔다. 중국에서는 아예 현지 업체와 공동 브랜드(닝보&세원)를 앞세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홍성범 회장은 영업력의 비결이 세원텔레콤의 사훈인 '정직'과 '의리'와 무관치 않다고 말한다. 그는 "아예 고객들에게 원가 리스트까지 솔직히 공개하고 적정 이윤을 보장해달라고 말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었다"고 털어놓았다. 또 여러 사정 때문에 이윤이 줄어들 경우 다음번에 꼭 맞춰달라고 당부했고 대부분 고객들은 약속을 지켰다고 한다. ◇틈새시장 공략=세원텔레콤은 국내 휴대폰 시장의 절반 가까이를 장악한 '공룡 기업'인 삼성전자를 단일 품목에서 제압했던 경험을 갖고 있다. LG텔레콤에 독점 공급했던 '카이코코'가 60만대 이상 팔려 경쟁 제품이었던 삼성의 '드라마'를 누른 것이다. 비결은 틈새시장 공략.명함보다 작은 사이즈에 빨강 검정 등 파격적 색상,액세서리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디자인 등으로 신세대에게 강렬하게 어필한 것이다. 해외시장 공략에도 마찬가지 전략을 쓰고 있다. 위성위치추적시스템을 장착한 휴대폰을 출시했으며 미국업체와 제휴를 맺고 게임 등 오락적 요소를 가미한 10대 전용 휴대폰을 개발하고 있는 게 대표적 사례다. ◇재무상황=급속한 성장탓에 코스닥에서는 재무구조에 대한 우려가 제기돼왔다. 재고자산이 최근 다소 줄어드는 추세지만 6월말 현재 1천4백83억원이고 단기차입금이 1천1백2억원이어서 이자비용이 비교적 많다. 그러나 애널리스트의 견해도 서서히 바뀌고 있다. 대우증권 허성일 연구위원은 "성장속도가 빨라 관리 측면에서 다소 미흡함이 있었지만 장점이 매무 많은 기업"이라고 분석했다. 동원증권 최태경 수석연구원은 "실적호전이 예상되는데다 맥슨텔레콤의 채무조정이 완료되면 세원의 지분재평가손실이 줄어들 것으로 보여 투자의견의 상향조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