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소프트웨어 개발실에 근무하는 박민아씨(23)는 "번개손"이란 별명을 갖고 있다. 엄지 손가락 두 개만을 사용해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보내는데 분당 1백50타에 가까운 속도를 내기 때문이다. 평소 차분하게 말하는 것 보다 더 빠른 정도이고 어지간한 타자수 못지않은 실력이다. 박씨는 핸드폰의 소프트웨어를 검증하는 역할을 한다. 새 휴대폰이 나오면 특정 번호를 입력하고 직접 써보면서 각종 프로그램이 제대로 가동되는지 검증하는 게 그의 일이다. "갖고 있는 휴대폰은 90개 정도고 지금까지 테스트를 위해 써본 것 까지 합하면 2백개 이상은 될 겁니다" 우리나라에 출시된 거의 모든 종류의 휴대폰을 모두 사용해본 셈이다. 하루 일과에서 핸드폰과 함께 하는 시간은 근무시간과 출퇴근 시간까지 포함,12시간에 달한다. 따라서 휴대폰의 기능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다. "휴대폰의 기능이 다양해지고 있지만 이를 잘 활용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핸드폰을 들고 극장에 갈 때 전원을 꺼놓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때 전화가 걸려오면 음성사서함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통화요금을 내야 하는 것이지요. 자동응답 기능을 활용하면 통화료 지불없이 사서함 이용과 똑같은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지금 영화를 보고 있으니 메시지를 남겨달라"고 녹음해놓으면 전화기 안에 상대방 목소리가 남겨지기 때문에 통화료를 지불할 필요가 없어지지요"그는 일반인들이 알기 쉽게 쓴 휴대폰 사용 가이드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삼성전자 무선마케팅팀의 김창영씨(28)도 지독한 휴대폰 마니아다. 지난 1991년 거금 2백만원을 들여 "벽돌" 크기의 핸드폰을 구입한 이후 지금까지 2백여개를 사들였다. 현재 사용중인 휴대폰만 8개에 달해 전화벨이 울리면 단말기를 찾느라 법석을 떨어야 한다. 그는 "집 한채" 값도 마다하지 않고 휴대폰을 사들인 이유에 대해 다른 전자제품과 다른 독특한 매력 때문이라고 말한다. "휴대폰은 거의 모든 국민이 몸에 지니고 다니는 생활 필수품이 됐고 고가품임에도 6개월이나 1년 정도면 새 모델로 바꾸는 것이 보편화돼 마치 패션상품 같습니다. 게다가 오디오와 비디오,PC의 요소까지 결합하는 추세기 때문에 향후 가장 위력적인 전자제품이 될 겁니다" 핸드폰엔 전자파 방출 등의 문제가 있지 않냐는 지적에 그는 단호하게 반론을 제기한다. "모든 전자제품은 전자파를 방출하고 이를 원천적으로 막을 길은 없습니다. 또 인체에 악영향을 미칠 정도의 전자파는 시판 단계부터 규제를 받기 때문에 휴대폰이 크게 유해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대학시절 닥치는 대로 사모았던 휴대폰의 사용법과 품질 정보 등을 제공하는 인터넷 사이트를 개설,삼성전자 관계자들의 눈에 띄면서 특채된 그는 세계에서 인정받는 제품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오래 봐도 질리지 않고 친근하게 다가설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 싶습니다. 오디오와 비디오 뿐 아니라 강력한 인터넷 검색 기능을 갖춘 차세대 멀티미디어형 핸드폰의 시장성은 매우 높다고 생각합니다. 국내 뿐 아니라 세계시장에서도 최고의 품질을 인정받는 진정한 명품을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