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남훈 <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연구위원 > 거품이 꺼진 닷컴의 앞날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세계적으로 IT(정보기술)산업 불황의 골이 깊어가고 있지만 닷컴기업들이 느끼는 경기는 바닥으로 떨어진지 오래다. 미국에서는 올 상반기에 닷컴기업의 절반 이상이 문을 닫았다. 국내에서는 인츠닷컴 네띠앙 등 주요 닷컴기업 CEO(최고경영자)들이 실적부진의 책임을 지고 잇따라 물러났다. 이제는 20세기 마지막을 뜨겁게 달구었던 닷컴신화는 끝났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그렇다고 닷컴에는 미래가 없다는 얘기는 결코 아니다. 원래 새로운 혁신에는 시장의 지나친 기대가 따르기 마련이고 어느 순간 환상이 깨지면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허다하다. 1961년 미국에서 반도체 기술 발전 초기에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닷컴은 2년전 사람들이 기대했던 수준에는 훨씬 미치지 못하더라도 여전히 유망한 분야임에 틀림없다. 그렇다면 닷컴의 성장 가능성은 과연 얼마나 될까. 이는 매우 흥미로우면서도 어려운 질문이다. 물론 정확한 답변은 먼 훗날에나 가능할 것이다. 현재로서는 유사한 서비스들과 비교해 봄으로써 닷컴의 성장 가능성을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인터넷 광고를 생각해 보자. 인터넷 광고가 더이상 닷컴의 주 수익원이 아니라는 견해가 우세하지만 반드시 그렇다고 볼 수는 없다. 문화관광부에 의하면 지난해 국내 TV 광고수입은 약 2조3천억원 정도였고 신문도 비슷한 수준이었다. 이에 비해 인터넷 광고 시장은 8백억원 내외에 불과했다. 우리 국민은 일평균 3시간 정도 TV를 보고 30분 가량 신문을 보며 40분쯤 인터넷 서핑을 한다. 따라서 같은 기준이라면 인터넷 광고 시장은 지금보다 최소 6배에서 최대 30배까지 성장할 수도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최근 콘텐츠 유료화로 수익개선을 꾀하는 업체들이 많다. 콘텐츠 유료화는 분명 필요하다. 그러나 유료 콘텐츠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광고보다 작을 것이다. 이미 접속비용으로 상당액을 지불하고 있는 인터넷 사용자들로부터 콘텐츠 사용료를 추가로 받는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케이블TV 프리미엄 채널의 경우처럼 개별판매가 가능한 콘텐츠는 소수에 국한될 것이다. 인터넷 상거래는 아직 초기단계에 머물고 있다. 통계청에 의하면 국내 B2C 쇼핑몰의 한달 매출액은 총 2천억원 정도로 전체 소매매출액의 1.8%에 불과하다. 인터넷쇼핑과 TV홈쇼핑은 통신판매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통신판매가 일찍부터 발달한 미국의 경우 소매 매출액의 10% 가량이 이를 통해 발생한다. 물론 우리와 상황은 다르지만 국내 인터넷 상거래의 발전 가능성을 가늠하게 해주는 지표라고 볼 수 있다. namhoon@kisd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