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에서는 최근 특이한 수출전략회의가 열렸다. 김대중 대통령이 주재한 이날 회의에는 정부측에서 이한동 국무총리,진념 재경부장관,양승택 정통부장관,이기호 경제수석 등이,산업계에서는 이기태 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사장,구자홍 LG전자 부회장,조정남 SK텔레콤 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수출전략회의에 주요 인사가 이렇게 많이 참석한 것은 근래 보기 드문 일.더구나 이 회의는 이동통신 하나만 놓고 수출전략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였다. 이동통신 수출이 이처럼 중시된 것은 반도체 수출 부진으로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어 "구원투수"가 필요해졌기 때문.바로 이 투수로 이동통신,특히 CDMA가 발탁됐고 수출 선봉장으로 삼성전자 LG전자 등이 꼽혔다. 다행히 세계적인 통신장비업체들이 불황에 시달려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고 있는 지금 우리 통신장비업체들은 CDMA 덕에 건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2천8백만대의 핸드폰을 생산,이 가운데 2천2백만대를 수출해 35억~40억달러를 벌어들일 계획이다. 이는 CDMA 뿐만 아니라 GSM,TDMA 등 각종 방식의 휴대폰 수출을 모든 더한 것이긴 하나 지난해에 비해 20% 가량 늘어난 규모이다. 현재 세계6위인 삼성전자는 노키아 모토로라 등 세계적인 휴대폰 메이커들이 고전하고 있어 기회를 잘 이용하기만 하면 1,2년안에 "휴대폰 빅 쓰리"에 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힘은 기술력에서 비롯된다. 삼성은 지난 96년 세계 최초로 CDMA를 상용화한 기술력을 토대로 세계 CDMA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CDMA 휴대폰에서는 이미 세계 1위를 차지했고 시스템에서도 선두를 다투고 있다. 특히 지난 4월엔 중국 차이나유니콤이 실시한 입찰에서 장비 공급업체로 선정돼 거대한 중국시장에 발을 들여놓았다. LG전자도 CDMA 수출로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8월 미국 모네사에 cdma2000 1x 시스템을 공급했다. CDMA 본고장인 미국에 CDMA 장비를 수출함으로써 기술력을 과시한 것.또 SK텔레콤과 함께 베트남에 설립한 CDMA 이동통신 서비스업체에도 1억8천만달러 상당의 장비를 수출할 수 있게 됐다. 이밖에 중국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CDMA 시스템 및 단말기 합작법인 설립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LG전자는 CDMA 휴대폰 수출도 강화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미국에서 cdma2000 1x 휴대폰이 테스트를 통과,대량 수출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또 올 하반기중 cdma2000 1x 듀얼폴더 단말기와 스파트폰을 본격적으로 수출하고 올 한해동안 미국에만 4백만대 이상의 휴대폰을 내보낼 계획이다. LG전자는 올해는 지난해의 2배에 달하는 6백50만대의 CDMA 휴대폰을 수출해 10억달러 이상을 벌어들이기로 했다. 세계적인 불황에도 아랑곳없이 우리 업체들이 선전하는 것은 유럽에서 비동기식 3세대 서비스가 지연되면서 한국이 경쟁우위를 점하는 동기식 CDMA 서비스가 각광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6.8%였던 우리나라의 세계 이동통신시장 점유율을 2005년까지 15.2%까지 높여 "한국=이동통신=CDMA"란 등식을 성립시키기로 했다. 김광현 기자 khkim@hankyung.com .............................................................. [ 용어풀이 ] CDMA: "부호분할다중접속"이란 말의 약자로 디지털 이동통신 방식의 하나. 미국 퀄컴사가 제안,지난 93년 미국전자공업협회 표준으로 채택됐다. 곳곳에 있는 다수의 무선기지국이 통신 전송로를 분할하여 사용하는 방식이다. 국내에서는 지난 93년 디지털 이동통신의 표준으로 채택됐고 3년 뒤인 96년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