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정보기술)업체들이 "기술 표준"제정을 둘러싸고 총성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자사가 개발한 기술이 표준으로 채택되면 로열티 수입 등으로 엄청난 수익을 올릴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동영상 압축기술(MPEG) 국제표준을 만드는 과정에서 삼성전자등 국내업체가 제안한 47개의 기술이 표준으로 받아들여져 5년후부터 매년 1억달러 이상 로열티 수입이 예상되고 있다. PC 표준 경쟁에서 승리한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은 2000년 매출액대비 당기순이익률이 41%,25%에 달했지만 경쟁에서 패배한 애플은 9.8%에 그쳤다. 표준을 선점하는 것이 국제 경쟁력 확보의 핵심 요소가 되고 있는 셈이다. ◇정보가전제품=컴퓨터와 통신 가전기술을 통합한 홈네트워크 분야가 핵심이다. 삼성전자가 소니나 선 등에 도전하고 있다. 또 국내 1백30개 업체는 인터넷정보가전포럼을 구성해 홈네트워크,정보단말 및 제어기,홈서버 미들웨어,정보가전 플랫폼 등의 분야에서 표준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업체간 이견을 조정하면서 세부 기술 표준을 정하고 있으며 특히 국제표준과의 연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능형교통망(ITS) 표준을 제정하기 위한 ITS포럼에는 삼성SDS LG전자 등 20여개 업체가 참여했으며 고속도로 승차권 무인결제 시스템의 표준화를 추진중이다. ◇지불·보안=50여개사로 구성된 전자지불포럼에서는 각 업체들이 전자상거래를 겨냥,표준으로 인정받기 위해 사활을 건 경쟁을 벌이고 있다. 마스터카드(몬덱스) 비자카드(V캐시) 금융결제원(K캐시) LG·삼성카드와 국민은행(A캐시) 등이 서로 팽팽히 맞서고 있다. 교통카드 분야도 지역별로 업체가 달라 표준 제정에 애를 먹고 있다. 57개 업체가 참여한 인터넷보안포럼은 공인인증기관간 상호연동 규격안,보안e메일 표준안 등을 마련하기 위해 관련업체간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있다. ◇통신=차세대 영상이동전화(IMT-2000)와 인터넷 전화,무선인터넷 플랫폼 등이 쟁점이다. IMT-2000은 미국 퀄컴사가 주도하는 동기식과 유럽이 주도하는 비동기식간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인터넷전화의 경우 한국통신 하나로 데이콤 등 1백60개 업체가 참여한 인터넷텔레포니(VoIP)포럼에서 업체간 이해가 첨예하게 엇갈려 있다. 업무영역을 둘러싸고 기간통신사업자들은 별정통신업체들이 착발신 전화 서비스를 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지만 인터넷 전화업체들은 이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또 인터넷 전화번호 표준안을 놓고 각 업체마다 서로 다른 기준을 마련해놓고 있어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고정민 박사는 "휴대폰 반도체 디지털부품 등 우리나라가 강점을 갖고 있는 분야에서 국제표준기구 논의에 적극 참여하는 등 국내업체에 유리하도록 발벗고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