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후에 PC를 업그레이드 해 드립니다' 지난 97년말부터 국내에 도입된 '사후 하드웨어 업그레이드 PC 판매 프로그램'이 소비자로부터 외면을 당하고 있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일부PC 업체에서 중앙처리장치(CPU) 등 PC 부품의 빠른 발전속도를 겨냥해 판매시 2년 후 CPU, 주기판(마더보드)을 최신기종으로 바꿔준다는 약속하에 PC를 판매했으나 2년이 지난 현재 업체의 기대와는 달리 소비자들의 반응이 시큰둥하다. 업계에서는 PC 부품의 빠른 교체주기와 함께 PC 부품의 가격인하, 업체간 PC 가격경쟁 등으로 PC 가격이 최근 급속히 떨어지고 있는 것이 업그레이드 수요가 감소하는 원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현대멀티캡은 지난 99년 출시한 T9710, T9570 등 2개 '트리플점프' 모델에 대해 CPU, 주기판, 윈도까지 무료로 교체해준다는 공고를 지난달 2주간 냈으나 교체를 신청한 소비자가 당시 구입고객의 30%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모델은 판매당시 450㎒급 펜티엄Ⅲ 또는 400㎒급 셀러론에 윈도98을 채택한 모델로 현대멀티캡은 이달중 약속대로 이 모델을 1㎓급 펜티엄Ⅲ프로세서, 윈도미, 최신ATX 주기판으로 교체해 주기로 했다. 이러한 파격적인 조건에도 불구하고 정작 이 제품을 구입한 소비자가운데 수백명만이 업그레이드 신청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멀티캡 관계자는 "예상밖으로 업그레이드 신청자가 적어 원인을 분석중"이라며 "지속적인 광고로 당시 소비자를 찾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 97년 11월 233㎒급 펜티엄Ⅲ PC인 '체인지업' 2개 모델을 내놓으며 '사후 업그레이드 PC판매 프로그램을 국내에 처음으로 도입했던 삼보컴퓨터는 2년이 지난 99년 말 한차례 업그레이드 후 하드웨어 업그레이드 모델을 단종한 상태다. 삼보컴퓨터 관계자는 "PC가 단순히 CPU나 주기판을 바꾼다고 해서 업그레이드가 완성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오산이었다"며 "CD롬, 메모리, 그래픽카드 등의 기술 발전이 급속히 진전돼 소비자들이 아예 새모델을 사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당시 시장조사 결과 2년이 PC 교체주기라고 예측했으나 99년에 들어서면서 교체주기가 1년 내외로 짧아진 것도 소비자가 업그레이드를 외면하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삼보컴퓨터는 하드웨어 업그레이드를 포기하고 전담 콜센터운영, PC무료교육, 화재.파손 보험 가입 등 서비스를 사후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서비스 업그레이드' 모델만 판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하드웨어 교체시 소요되는 비용 부담으로 PC업체들이 사후 업그레이드 PC 생산을 꺼리고 있는 형편"이라며 "소비자의 구매패턴을 면밀히 사전에 분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강훈상기자 hsk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