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시스템통합)업체에서 종합IT(정보기술)서비스 업체로" 코오롱정보통신의 류명렬(54) 사장이 내건 모토다. 코오롱정보통신은 지난 99년말 그룹의 전산관리(SM)를 미국 CA사와 합작법인인 라이거시스템즈에 넘기고 시스템및 서비스제공업체로 탈바꿈하고 있다. 류 사장이 회사의 틀을 다시 짜기 시작한 것은 취임초인 지난 9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내 SI업체들은 대외사업 부문에서 적자를 모기업에서의 수익으로 메우고 있습니다. 이런 구조는 SI업체나 모기업에 모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류 사장은 그래서 SM을 포기하고 PC 등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 방식으로 생산하던 제품들도 모두 시장에서 거둬들였다. 그리고 회사의 역량을 IT서비스에 집중했다. IBM 등 세계적인 IT업체들이 서비스 분야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는 점도 이같은 결정에 영향을 줬다. 류 사장은 이 과정에서 "최고의 파트너와 제휴를 통해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원칙을 고수했다. 효과는 지난해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IBM과 HP의 협력사중 최대의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해말에는 스토리지 시장에 진출하면서 이 분야 1위 업체인 EMC와 제휴를 맺었다. 최근 개인휴대단말기(PDA) 시장에 뛰어들면서는 역시 세계 최대의 PDA업체인 미국 팜과 손을 잡았다. 글로벌 기업의 파트너로서 국내 최고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이 외국 회사들에게도 통하고 있는 반증이다. 류 사장은 중요 기술과 솔루션을 전략적으로 발굴하는 작업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현재 이 회사는 기업 네트워크장비 관리를 대행해 주는 MSP(Management Service Provider), 스토리지서비스, PDA 솔루션 등의 신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중 MSP 분야에선 CA와 공동으로 50대 50으로 지분을 투자, "MSP원"을 설립했다. IT 서비스에 필요한 핵심 솔루션을 발굴해 육성한뒤 분사시키겠다는 것이 류 사장의 생각이다. "기업은 밸류체인(가치사슬)을 어떻게 구성하느냐가 중요합니다.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기업들의 커뮤니티에서 코오롱정보통신이 중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게 목표입니다" 류 사장은 지난 69년 코오롱에 입사해 32년간 근무해온 정통 코오롱맨이다. 그는 "기술을 모르는 사람은 오히려 한발짝 물러서 급변하는 흐름을 지켜볼 수 있는 눈을 갖게 된다"며 "최근 굴뚝산업에서 기반을 닦은 CEO(최고경영자)들이 정보통신업계에서 새로운 주류로 등장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흐름과 무관치 않다"고 말했다. 코오롱정보통신은 지난해 2천1백99억원의 매출에 90억원의 경상이익을 기록했다. 올해는 3천2백억원의 매출에 1백65억원의 경상이익을 목표로 잡고 있다. 9월중 코스닥 등록도 추진중이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