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정보기술 미래기술팀 이지연 선임(30)은 든든한 참모를 두명이나 두고 있다. 담당업무는 모바일 기술동향 파악과 사업기획.어려운 일이 생길 때 그가 찾는 사람은 사내의 전문가가 아니다. 아버지인 이철수 한국정보통신대학원 교수와 남편인 정연돈(30)씨다. 이철수 교수는 KAIST(한국과학기술원)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한국전산원장(93~98년)과 한국정보보호센터장을 지낸 저명인사다. 정연돈씨도 KAIST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박사후과정을 밟고 있다. 이지연씨 역시 KAIST에서 전산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지연씨는 "아버지와 남편의 도움으로 남들보다 한 발 앞서 정보를 접할 때가 많다"면서 "어려운 문제가 생길 때면 맨먼저 두 사람이 생각난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씨는 대전에서 거주하는 두 사람에게 수시로 e메일을 보내 만족할 만한 답변을 받아내곤 한다. 이씨는 남편과는 주말에만 만나기 때문에 매일 5차례 이상 e메일을 주고받고 있다. 이씨는 부부가 공감할 수 있는 주제가 있다는 것은 서로의 생활에 활력이 된다고 믿고 있다. 그래서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IT(정보기술)분야에서 머리를 맞대고 의논할 수 있는 상대가 항상 가까운 곳에 있다고 생각하면 더없이 든든하다"고 말한다. 이씨 가족들이 모인 가벼운 저녁식사 자리에서도 IT 관련 주제가 대화의 80%를 차지하기 일쑤다. 이 때문에 대화에서 소외되는 어머니가 늘 불만을 털어놓곤 한다. 어머니가 잔소리를 할라치면 세 식구가 "벤처기업이라도 해보라"는 제의로 달래는 때가 많다. 이씨는 "남편이 학교 강단에 서길 원하기 때문에 창업은 생각지 않고 있다"면서도 "아버지가 요즘 뜨고 있는 정보보호분야나 암호 해킹 네트워킹 등에 관심을 갖고 계셔서 나중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여지를 남겼다. 이씨가 처음 컴퓨터를 만진 것은 또래 친구들이 한창 고무줄놀이에 빠져 있을 초등학교 4학년때였다. 그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일찍 컴퓨터를 접했고 이렇다할 거부감 없이 자연스럽게 전산학을 전공하게 됐다. 그래서인지 그는 지난해 네살박이 딸의 생일에 PC를 선물로 사줬고 딸은 현재 혼자서 컴퓨터게임을 즐길 정도로 컴퓨터에 빠져 있다. "앞선 정보와 기술을 취급한다는 것 자체도 충분한 매력이 있지만 이 기술을 미래 생활에 적용할 때 IT분야 종사자로서 보람과 기쁨이 느낍니다. 언젠가는 우리 가족이 힘을 합쳐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씨는 두 사람의 "참모"와 함께 하는 자신의 일에 만족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