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스 히딩크 국가대표팀 감독의 자질논란이 지난주 사이버공간을 한껏 달아오르게 했다. 2001 컨페더레이션스컵 축구대회에서 멕시코와 호주를 맞아 승리하긴 했지만 프랑스전에서 5대0으로 대패한 충격파가 상당했기 때문.많은 네티즌들은 히딩크가 "몸값"에 맞는 용병술과 전술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히딩크 감독을 옹호하는 팬들은 국내 언론매체들이 악의적으로 히딩크 흠집내기에 나서고 있다며 성토하고 있다. 이런 논쟁은 주로 대한축구협회 홈페이지(www1.kfa.or.kr)내 "축구팬 발언대"와 PC통신 대화방에서 벌어지고 있다. 나름대로 논리를 갖춘 축구 마니아들이 수백건의 글을 올려 히딩크호가 이끄는 한국대표팀의 미래에 대해 갑론을박중이다. 축구팬 발언대에 "스포츠"란 ID로 글을 올린 한 네티즌은 "히딩크의 가장 큰 문제는 한국축구를 아직 잘 모른다는 점"이라고 호되게 질책했다. "히딩크는 경기에 이기면 항상 한국축구는 나아지고 있다고 말한다. 지난 1월 칼스버스컵때부터 이번 컨페더레이션스컵까지 줄곧 그랬다. 그만큼 한국축구를 낮게 평가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적어도 한국축구는 멕시코와 호주를 간신히 이기고 기뻐할 만한 수준 이상은 된다" 역시 축구팬 발언대에 오른 "한사모" ID의 글도 일견 설득력있어 보인다. "히딩크 감독 선임이후 대표팀에 (어떤)변화가 있었는지 묻고 싶다. 트루시에 감독이 일본팀을 "확" 바꿔놓는 동안에 우리는 선수도 그대로이고 획기적인 전술도 나오지 않았다. 우리 축구도 지금쯤은 히딩크의 색깔이 나와야 할 시기라고 본다" 반면 히딩크 감독 팬사이트(www.2002hiddink.com)에는 이런 지적이 근시안적인 발상이라고 비판하는 네티즌들의 글이 집중적으로 올라 있다. "일본은 월드컵을 위해 10년을 투자했다. 프랑스도 1998 월드컵을 위해 10년의 공을 들였다. 영국은 프랑스가 운영하는 방식의 축구학교를 설립했다. 히딩크 감독도 처음에는 젊은 선수들로 4-4-2에 중점을 두고 연습을 시켰다. 그런데 지금 경기를 지켜보면 결국 다시 홍명보가 최후방을 지키는 꼴이 되버렸다. 히딩크 감독이 축구 기술고문들의 말만 듣는 것 보다 (소신을 가질 수 있도록) 응원해야 한다"(박진우) "돈없는 노숙자"란 ID의 네티즌은 우리나라의 냄비언론을 꼬집는다. "히딩크 감독처럼 언론에 신경쓰지 않는 명장이 또 한명 있다. 바로 프랑스 감독 에메 자케.1994년 월드컵 예선 탈락으로 프랑스 언론의 독설을 들어야 했지만 결국 98 프랑스 월드컵에서 우승을 이끌어냈다. 프랑스의 어떤 신문에서는 에메 자케에게 보내는 반성문을 신문 1면에 가득 실었다" 국내에 축구마니아들이 많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준 컨페더레이션스컵 대회였다. ked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