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가정용 비디오게임 시장을 주름 잡고 있는 플레이스테이션을 개발한 일본 소니엔터테인먼트(이하 소니)가 국내에서 개최되는 국제적 게임대회에 고자세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동안 소니가 세계 시장장악력을 배경으로 WCG에 '목에 힘을 주며' 비협조적이라는 소문은 4일 발표된 WCG 정식종목에 가정용 비디오 게임이 한 종목도 포함돼지 않음에 따라 비로소 수면위로 드러났다. 오는 12월 서울에서 개최되는 제1회 월드사이버게임즈(WCG)의 조직위원회는 플레이스테이션을 정식종목으로 채택하기 위해 소니에 협상을 요청했으나 소니는 '협상의 여지가 없다'며 사실상 대화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WCG 조직위원회 관계자는 5일 "WCG가 PC를 기반한 게임 뿐 아니라 다양한 게임장르와 플랫폼을 갖춘 명실상부한 국제적 게임대회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을 정식종목으로 선정하려 했으나 소니측의 거부로 결국 정식종목으로 채택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조직위원회는 지난 3월 세계적으로 사용자가 많은 플레이스테이션용 게임인 철권 등 3개 게임을 정식종목 후보작으로 올려놓고 소니와 지속적으로 접촉을 요구해 왔다. 그러나 소니는 "아직 한국시장에 일본 가정용 비디오 게임이 합법적인 경로로 진출할 수 없기 때문에 한국에서 열리는 게임대회가 국제적 규모라고 해도 협조할 수 없다"는 태도를 고수했다. 소니는 또 "한국측이 일본 게임에 대한 제한을 완전히 제거한다면 플레이스테이션을 WCG의 정식종목으로 허가할 수 있다"는 입장을 표시했다. 조직위원회 관계자는 "소니가 도대체 협상의 여지를 주지 않으려 한다"고 털어놨다. 현재 일본의 가정용 비디오게임기는 수입이 금지돼 있는 실정이며 일본 비디오 게임업계가 잔뜩 기대를 걸었던 지난해 6월 제3차 한일문화개방 협정에서도 유독 가정용 비디오 게임기의 수입제한이 풀리지 않았다. 국내 게임업계 관계자는 "소니측의 이러한 태도는 문화관광부를 압박해 한일문화개방 협상에서 주도권을 쥐려는 행동"이라고 풀이했다. 즉 소니는 문화부가 적극 협력하고 있는 WCG를 가정용 비디오 게임기가 없는 초라한 '반쪽' 대회를 만들어 가정용 비디오 게임 수입이 풀리지 않은 한일 문화개방의 수위를 높이려는 무언의 압력이라는 분석이다. 조직위원회 관계자는 "내년 2회대회 개최시에는 가정용 비디오 게임 부문을 반드시 포함해야 WCG가 세계적인 게임올림픽으로 성장할 것"이라며 "소니가 계속 고자세를 유지한다면 오는 11월 출시될 마이크로소프트의 X-박스에 눈을 돌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강훈상기자 hsk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