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에선 전자업계의 기술로드맵(Roadmap)이 제시돼 큰 관심을 끌고 있다.

"국가전자제조제안(NEMI)"이라는 기관이 주문자상표생산(OEM),전자하청생산서비스(EMS),부품 소재등 관련업체와 대학 연구소 협회등 1백90여개 기관 4백명의 전문가들과 함께 만든 "기술지도"다.

여기엔 전자업계가 직면한 새로운 기회와 과제가 그대로 드러나 있다.

무선통신 수요로 인한 생산기술 측면의 과제는 물론 광전자와 마이크전자기계시스템(MEMS)의 결합이 가져올 변화도 밝히고 있다.

또 광통신 시장에 대한 대응을 강조하고 있고 OEM에서 EMS로 이동하는 아웃소싱 추세로 인한 새로운 과제도 적시했다.

이뿐 아니다.

공급망관리(SCM),전사적자원관리(ERP),인적자원및 고객관리 등에서 IT(정보기술)의 역할을 강조하고 환경친화적 설계의 중요성도 부각시켰다.

설계 툴(tool)의 생산성 문제를 언급하면서 반도체 기술의 진화속도를 못따라갈 경우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사실 기술로드맵의 개념 자체는 일찍부터 있어왔다.

모토로라 등 선진기업들은 기업 내부적으로 오래전부터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해 왔다.

로드맵은 기업뿐만 아니라 산업차원에서도 매우 유용하다.

산업전반에 걸쳐 새로운 기회와 위협요인,핵심제품의 수요,기술적 대안과 그 장단점이 제시되면 동일 기술에 대한 과도한 투자나 다른 중요한 기술을 간과하는 일을 피할 수 있다.

핵심기술을 공동으로 개발할 기회가 마련되기도 한다.

정부나 협회 등이 로드맵 작성을 유도하는 것도 모두에게 이익이 돼서다.

산업차원의 로드맵이 주목받게 된데는 92년 미국반도체협회의 로드맵 작성이 결정적 계기였던 것 같다.

"세마텍(SEMATECH)"이라 불리는 반도체 컨소시엄의 이정표로 활용되면서 다른 산업에도 파급됐기 때문이다.

미국에선 전자분야는 물론 화학 철강 유리 알루미늄등 여러 업종에서 로드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런 로드맵 붐이 캐나다 유럽연합 이스라엘 등으로 퍼지고 있는 중이다.

우리도 최근 로드맵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로드맵의 이점을 파악한 산업자원부가 8개분야의 기술로드맵 초안을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참여자가 많을수록 가치가 올라가고 그래서 공유할 정보도 많아지면 그만큼 국가정책과 기업의 기술전략에 수립에 유용하다.

하지만 시장수요 기술 경쟁환경이 급변하는 까닭에 로드맵은 정기적인 업데이트가 필요하다.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말고 국가 산업 그리고 기업차원에서 상시적인 툴로서의 활용이 관건이다.

전문위원.경영과학박사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