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그룹 홈페이지에는 한 여성의 손길이 구석구석 배어 있다.

숨겨진 숨결의 주인공은 라이거시스템즈의 한지연(28)대리.지난 97년 라이거시스템즈 전신인 코오롱정보통신에 입사한 한 대리에게 주어진 첫번째 프로젝트가 바로 그룹 홈페이지 구축이었다.

코오롱그룹 홈페이지 구축은 한 대리에겐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남아 있다.

그때만해도 인터넷이 막 꽃피우기 시작한 시기로 홈페이지를 구축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개인 홈페이지를 만들어 봤다는 이유 하나로 한 대리에게 그룹 홈페이지 구축이라는 과제가 떨어진 것이다.

개인 홈페이지와 달리 그룹 홈페이지는 데이터베이스(DB)와 연결하고 프로그램을 짜야 하는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막 대학을 졸업한 새내기 직장인이 혼자 해내기엔 부담스럽기만 했다.

게다가 이것저것 꼼꼼히 가르쳐 주는 선배 한 명 없는 상황에서 한 대리 스스로 모든 걸 해결할 수 밖에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코오롱그룹 홈페이지가 탄생했고 한 대리는 사회 생활의 첫번째 통과의례를 무사해 치러냈다.

한 대리는 현재 라이거시스템즈에서 가장 실력있는 자바 프로그래머로 손꼽힌다.

자바는 컴퓨터 운영체제(OS)에 상관없이 쓸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는 프로그램 언어.인터넷 등장과 함께 큰 관심을 끌고 있지만 쓸만한 자바 프로그래머는 많지 않은 실정이다.

지난해 라이거시스템즈가 수주한 코스닥 전자공시시스템 개발과 신용보증기금의 신용정보 시스템 개발에서 실력을 맘껏 발휘해 능력을 인정받았다.

회사 소프트웨어 방법론 수립에도 한몫했다.

방법론은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때 따라야하는 지침이다.

한 대리는 일에 남다른 열정을 갖고 있다.

스물여덟이 적은 나이는 아니지만 결혼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

"아직은 가정에 얽매이지 않고 일을 하고 싶다"는 것이 이유다.

평균 퇴근 시간도 밤 11시.프로젝트가 한창 진행될 때는 밤을 꼬박 새기가 일쑤다.

지난해 스포츠 포털인 위드위드닷컴의 제안서를 쓸 땐 나흘 연속 밤을 새우기도 했다.

신용보증기금 프로젝트를 진행할땐 휴일도 없이 일에만 몰두했다.

"동료들과 밤을 새우고 함께 가까운 한강에 나가서 마신 시원한 맥주 맛을 잊을 수 없다"고 회상하는 그에게서 국내 IT(정보기술)벤처의 밝은 미래를 읽을수 있었다.

김경근 기자 choi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