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 랜(LAN:근거리통신망) 세상이 열리고 있다.

일반 사무실과 병원 등에서 사용되기 시작한 무선 랜이 대학 캠퍼스, 쇼핑센터, PC방 등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무선으로 데이터를 송수신할수 있게 해주는 무선 랜은 "선(線)"으로부터 해방된 세상이 어떤 것인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무선 랜은 생활과 비즈니스의 패턴을 혁명적으로 바꿔 놓고 있다.

무선 랜 대중화의 발원지는 대학 캠퍼스다.

1999년 숙명여대 여학생들이 잔디밭에 앉아 노트북PC를 두드리는 장면이 소개되면서 무선 랜이 우리 생활속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지금은 숙명여대를 비롯 서울대 연세대 서강대 한양대 경북대 전북대 한림대 등이 경쟁적으로 무선 랜을 도입하고 있다.

이들 대학 학생들은 학교에서 무선랜카드와 노트북PC를 빌려 유선에 연결하지 않고서도 대학내 아무 곳에서나 인터넷 서핑은 물론 수강신청, 과제물 전송, 도서관 자료검색 등을 하고 있다.

서울대 법학부 3년생인 육해공(25)군은 "교수들이 인터넷 가상대학에 강좌를 올리면 무선랜카드가 장착된 노트북으로 이 강의를 듣거나 토론의 장으로 활용하고 수강 소감을 전하기도 한다"고 말한다.

무선 랜을 도입한 병원의 모습은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는 조금은 생소하다.

4개 병동중 1개 병동에서 무선랜을 시범운영하고 있는 인천 길병원의 모습을 잠깐 들여다 보자.

이 병원 간호사들은 의사들과 함께 회진을 할때 꼭 노트북PC를 지참한다.

의사 진찰이 끝나면 그 결과를 노트북에 입력하고 동시에 무선 랜을 이용, 중앙의 PC로 전송한다.

이렇게 전송된 자료는 일정기준에 따라 분류돼 환자치료에 활용된다.

"무선 랜 혁명"을 웅변하는 장면인 셈이다.

최근 개장한 인천공항 출입국 심사대에도 무선 랜이 설치됐다.

인천공항 관계자는 "공항내 안전을 맡는 책임자들이 PDA(개인휴대통신)를 들고 다니며 수상한 사람들의 신원을 무선 랜으로 조회하고 있다"고 전한다.

인천공항내 한국관광공사가 운영하는 면세점에도 무선 랜이 깔렸다.

20여개의 POS(판매시점관리) 기기를 무선 랜으로 연결했다.

이밖에도 무선 랜 활용사례는 많다.

포항제철 포항공장은 공정원격제어장비에 무선랜시스템을 도입했다.

현재는 2Mbps를 쓰고 있는데 11Mbps 시스템을 테스트중이다.

유통업체나 물류업체가 재고관리를 하려면 일일이 창고에서 물량을 세봐야 한다.

하지만 무선랜을 도입하면 PDA나 노트북으로 한 상품의 바코드를 인식시킨 다음 "곱하기 얼마->엔터"하면 재고상황이 간단히 메인컴퓨터로 전송된다.

그래서 그랜드마트 등 할인점과 백화점으로 그 수요가 확산되고 있다.

삼성생명 보험설계사들은 무선 랜 도입이후 사무실을 들락거리며 노트북에 선을 연결했다 뽑았다 하는 불편이 크게 줄었다.

삼성디지컴 간태환 부장은 "일반 사무실에 무선 랜을 가설하면 레이아웃을 바꿀때 별도 작업이 필요없어 비용절감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속도도 유선 랜과 비슷한 11Mbps급이어서 무선모뎀을 통한 인터넷보다 훨씬 빠르다.

인터넷망을 쓰다보니 통신요금도 따로 들지 않는 장점이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 따르면 세계 기업용 무선랜 시장은 올해 10억8천만달러, 3년 뒤인 2004년에는 22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공중전화부스에 무선접속장치를 설치해 시내 어디서든지 초고속 무선 랜을 즐길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고 미래 모습을 그려보였다.

장규호 기자 sein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