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는 더이상 시벨리우스의 나라가 아니다.

산타클로스의 나라도 아니다.

핀란드는 "노키아의 나라"다.

핀란드는 지금 "노키아 열풍"에 빠져 있다.

만나는 사람마다 노키아 자랑을 한다.

노키아 휴대폰을 꺼내 e메일을 점검하며 이렇게 말하는 이도 있다.

"4,5년전까지만 해도 노키아를 일본 기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핀란드 북부의 첨단과학도시 오울루.

인구 11만의 이 작은 도시는 요란하다.

길을 뚫고 새 건물을 짓느라 굴삭기 소음이 끊이질 않는다.

건물안에서는 야심찬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차세대 "모바일 통신"을 제패하기 위한 연구가 한창이다.

주도자는 노키아.

노키아는 오울루의 심장에 해당하는 테크노폴리스 연구시설의 37%를 사용하고 있다.

오울루 시청 3층 접견실에 들어서자 세뽀 매키 공보국장은 불쑥 "4G-진정한 모바일 인터넷"이란 유인물을 내놓았다.

4G(2010년께 상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4세대 이동통신)에 관한 홍보물이었다.

오울루 대학교 교수가 만든 자료로 4G에선 모바일 인터넷이 xDSL(디지털가입자회선망)을 대체할 것이란 구절이 눈에 띄었다.

테크노폴리스에 들렀을 때는 점심시간이었다.

노키아 프로콤 등 10여개 IT업체들이 입주해 있는 스마트하우스 1층 레스토랑에선 이 일대 입주업체 엔지니어들이 모여 점심을 먹으며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테크노폴리스의 세뽀 셈그렌 마케팅부장은 "엔지니어들끼리 얘기를 나누다 보면 최신 정보를 얻을 수 있고 도움을 주고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점심식사 후 셈그렌 부장과의 대화에서도 4G가 화제였다.

그는 4G에 관해 설명하고 나서 "작년초부터 입주업체들이 일련의 4G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키아를 비롯,테크노폴리스에 입주해 있는 여러 업체가 4G를 연구하고 있다는 것.

또 "노키아의 라이벌인 스웨덴 에릭슨도 지난해 테크노폴리스에 연구개발센터를 개설했다"고 자랑했다.

4G 얘기는 통신업체 VTT에서도 계속됐다.

이 회사 퀘스티 로티올라 DSP(디지털신호처리)부장은 4G에서는 "모든 통신이 IP(인터넷 프로토콜) 기반으로 이뤄질 것"이라면서 "3G(3세대)에서 속도를 10M까지 높이는 기술을 개발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95년부터 1백54M급 WLAN(무선 근거리통신망)을 개발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오울루에선 IT를 다른 분야에 활용하기 위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테크노폴리스 셈그렌 부장은 "4G에서는 IT와 의료(헬스케어)기술이 접목되고 국내뿐 아니라 전세계를 무대로 의료관련 서비스를 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내년까지 이곳에 바이오테크놀로지 공장 4,5개가 들어설 것"이라고 알려줬다.

오울루에서 IT와 의료기술의 접목을 시도하는 대표적 기업은 프로웰니스.

96년 설립된 이 벤처기업은 의료기관들이 고객 건강정보를 인터넷으로 공유토록 함으로써 병을 조기에 진단하게 해주는 시스템을 개발,올 여름 핀란드 영국 독일 등지에서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 회사의 라이모 쉬루아 부사장은 "소프트웨어 임대와 가입자 회비가 수익원"이라며 "2003년쯤이면 이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업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오울루(핀란드)=김광현 기자 k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