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전부터 E3쇼에서 승부를 걸겠다는 각오로 준비를 해왔습니다"

미 LA 컨벤션홀에서 17일부터 사흘간 열리는 세계 최대 게임전시회인 E3쇼에 참가하는 지오인터랙티브 김병기(38) 사장의 각오는 예사롭지 않다.

LA 컨벤션센터 웨스트홀 부스넘버 2천2백번.

E3쇼에 참가하는 대부분 국내업체들이 전시회장 한켠 켄티아홀에 자리를 잡은데 비해 홀로 소니, 닌텐도, 세가 등 세계 유수 게임업체들과 나란히 웨스트홀에 부스를 마련했다.

지오인터랙티브는 이번 전시회에서 18종의 새 PDA(개인휴대단말기)게임을 선보임과 동시에 세계적 게임업체들과의 제휴를 발표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소프트사업팀에서 기획팀장으로 근무하던 김 사장은 지난 97년 홀연히 사표를 던졌다.

딱히 구체적인 사업계획도 갖고 있지 않았다.

6개월동안 쉬면서 컴퓨터업계의 세계적 흐름을 관찰한 끝에 그가 찾아낸 것이 바로 PDA 게임.

1년 가까운 연구개발끝에 98년 3월 PDA용 골프게임을 선보였다.

개당 39달러로 고가인데도 골프를 즐기는 30~40대 전문직종에서 인기가 높았다.

정작 김 사장은 골프와 인연이 별로 없다.

미 유학시절 잠깐동안을 제외하고는 그린에 나가지 않고 있다.

골프게임 업체 대표가 골프를 못친다는게 어색해서인지 앞으로 골프를 정식으로 배워볼 생각이다.

사업에 서광이 비치자 자본과 인재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인텔은 자본참여와 함께 마케팅을 지원하고 나섰고 마이크로소프트(MS)도 손을 내밀었다.

"지오가 게임을 개발하면 인텔, MS 등이 마케팅을 담당하는 식으로 역할분담을 하고 있습니다"

김 사장을 보좌하는 이사진은 "리틀 삼성"에 가깝다.

조용기 이용석 김민형 등 이사진 전원이 삼성전자에서 한솥밭을 먹던 식구들이다.

김 사장은 전시회에서 돌아온 후 국내 모바일 게임업체들을 대상으로 사업설명회를 가질 예정이다.

그동안 세계적인 업체들과 쌓아온 네트워크를 활용해 국산 모바일게임의 해외배급업에 나서겠다는 구상이다.

"미국뿐 아니라 유럽과 중화권까지 포괄하는 월드와이드 네트워킹을 구축해 놓은 만큼 우수한 국산게임들을 해외에 보급하는 모바일 종합퍼블리싱(게임배급) 사업을 시작할 계획입니다"

이번 E3쇼에서 김 사장이 어떤 결실을 거둘지 주목되고 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