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현재 1만개 중소기업 정보화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 사업은 정부가 중소기업 정보화를 위해 ERP(전사적 자원관리)등 소프트웨어 구입이나 장비 설치를 지원하고 자격있는 공급처를 지정해 연결시켜 준다는게 주요 내용이다.

이 사업을 보면서 문득 솔로우(Solow)의 "생산성 역설"(productivity paradox)이 떠올랐다.

생산성 역설은 지난 1970~1980년대 미국이 IT(정보기술)에 막대한 투자를 했음에도 이전보다 생산성 증가율은 오히려 둔화된 점을 의미한다.

사실 이 역설은 일정부분 측정상 한계에 기인할 수 있다.

기술진보의 통계적 표현인 연구개발 지표는 혁신노력의 일부분만을 반영할 뿐이다.

생산성 역시 질적 양적 산출물을 제대로 반영한다고 보기 어렵다.

서비스 분야에서 특히 이 문제가 심각하다고 보면 서비스산업 비중 증대와 함께 측정상 오류 역시 함께 커지는 셈이다.

다른 해석도 있다.

IT투자가 아직 산업전반에 충분히 스며들지 못한데 원인을 찾는다.

IT자본이 빠른 속도로 증가해도 총자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다면 성장기여도는 낮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IT투자에 임계효과(threshold effect)가 있다는 얘기다.

즉 투자가 효과를 나타내려면 일정수준을 넘어서야 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시각도 존재한다.

기술변화를 인식하더라도 학습과 적응때문에 시차(lag)가 발생한다는데 주목한다.

신기술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려면 시간이 걸리고 보완적 기술은 물론 인력 훈련이나 조직 변화와 관련된 노력과 투자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IT투자와 제도 및 여건사이의 조정을 위한 일종의 과도기가 관건인 셈이다.

생산성 역설에 대한 이런 재해석은 물론 경제시스템 전체와 관련된 것이다.

하지만 기업에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IT투자가 기업성과에 정(+)의 효과를 가져다 준다는 실증적 연구들은 많지만 투자의 임계이론이나 학습의 시차이론은 기업에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정부가 말하듯 "IT의 맛"을 느끼도록 하자는 1만개 중소기업 정보화 사업은 처음부터 체계와 기간을 잘 잡아야 한다.

소프트웨어나 장비를 중소기업의 입에 직접 넣어 준다고 해서 그것이 바로 생산성과 수익성이라는 "단맛"으로 연결되기 어렵다면 특히 그렇다.

어쩌면 IT는 이를 도입하고자 하는 중소기업에는 "한약"과 같은 것일 수 있다.

처음에는 맛이 쓸 수도 있고,끈기있게 오래 먹어야 하며,또 몸 전체의 관리도 함께 따라가야 한다.

IT 확산과 생산성 향상은 이런 과정을 거친 다음에야 비로소 기대할 수 있는게 아닐까.

한국경제 전문위원 경영과학박사 ahs@hankyung.com